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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Sep 08. 2022

공항 검색대에서 나를 미치게 했던 신발

3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다. 

스웨덴으로 가는 길, 13시간의 비행 끝에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서 경유를 하는 일정이었다. 오랜만의 여행이기도 하고, 장기간의 비행이기도 하며, 코로나 시대의 여행이라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어떤 변수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함께 여행가방에 실렸다.



시작부터 항공 지연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다행이었던 건, 집에서 떠나기 전 새벽에 받은 문자였기에 집에서 조금 더 쉬다가 공항으로 향했다.  다만 경유의 일정이기에 폴라드에서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를 못 타게 되었다. 다음 비행기의 시간을 알 수 없으니, 어쩌면 폴란드의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출발할 수도 있었다. 


울퉁불퉁한 마음을 부여잡고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폴란드 항공은 처음이었다. 타자마자 신기한 것이 있었다면, 창문의 빛 조절장치였다. 기존에 탄 비행기들은 블라인드처럼 내려서 빛을 막았는데, 이곳의 창문은 아래의 버튼을 눌러 빛의 양을 조절했다. 파랑 빛을 줄이면 공간은 이내 밝아졌다. 


그리고 항공기 뒤편에 간단한 스낵바가 있었다. 각 종 음료수(오렌지, 포도, 자몽)와 물, 스낵, 컵 스파게티가 제공되었다.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할 겸 스낵바의 공간으로 향했다. 몸을 몇 번을 접었다 폈다 하며, 결코 흐르지 않을 것 같았던 무한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해서 경유를 위한 입국심사와 몸 검색대를 향했다.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몸을 검색하는 네모난 문을 지날 때면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최대한 단정하고 공손하며, 순진한 눈빛을 장착하고 그 문을 지나갔다.



빨강 불이 울렸다.


다시 한번 지나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 몸에 지닌 건 살과 옷뿐이었다.


공항직원은 하얀 솜을 들고 와서 내 신발을 한 번 닦고,

내 무릎을 한 번 닦더니 어떤 기계로 그 솜을 넣어 검사를 했다.


그야말로 무슨 영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짧은 찰나였지만 순간 가족과 헤어져 나 홀로 검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고 불안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지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 무릎을 솜으로 닦을 때에는 마치 마약범 취급을 받는 듯 아찔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승을 기다렸다. 늦게 도착한 비행기의 승객들 중 우리와 같이 다른 나라로 가는 경유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케줄 조절을 위해 폴란드 항공 부스 앞에 긴 줄이 생겼다. 하나의 줄만 있는 줄 알았는데, 화장실을 가며 보니, 또 다른 줄이 있었다. 좀 짧은 줄인 듯해서 재빨리 그 줄로 옮겼다. 일은 빨리 처리되지 않고 더뎠다. 다음 비행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기에 마음만 급했다. 40분 넘게 기다리다가 곧 우리 차례가 다 되어갔다. 앞에 두 팀을 남겨 놓은 상황 큰 소리의 다툼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우리가 줄을 선 곳은 비즈니스석 손님의 줄이었던 것이다. 

다른 긴 줄로 다시 가야 한다고 직원이 말한 것이다. 그 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었는데, 우리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이 큰 목소리로 직원을 향해 따지기(설득) 시작했다. 그런 표시를 안쪽에 작게 적어두면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크게 써서 배치해 놓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며, 표를 예약해달라고 했다. 

(영어로 멋지게)

그분의 말은 받아들여졌다. 덕분에 우리도 무사히 다음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비행기 연착도 억울한데, 줄까지 다시 섰으면 내 안에 고릴라가 튀어나올 뻔한 상황이었다. 저녁 8시 비행기표가 있어서 무사히 스웨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의 신발은 여행 전부터 왼쪽 발가락이 아파서 고심해서 선정한 신발이었다. 늘 신고 다니는 벤시몽은 부드러워 관절의 충격을 흡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바닥이 단단한 신발을 골라 신었다.




좋아하는 아디다스 신발 3종 중 가장 새것이기도 하고, 어느 색의 옷과도 잘 어울리는 그레이 컬러의 신발을 골라 신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신발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공항 검색대서 걸린 한 번의 경험은 우연의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웨덴의 공항 검색대를 한 번에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또 







경보음이 울렸다. 


두 번이라면 우연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신발을 벗어 회색 박스에 넣고 맨발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문을 통과한 후 어떤 기계 안으로 무릎을 꺾어 들여놓으라고 했다.

의사소통이 안되어 몇 번을 다시 시도했다. 긴장감이 흘렀다. 

이번에도 다행히 검사 후 통과할 수 있었다.





잠재적 범인이 될 수도 있었던 검사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리고 나를 향해 울리는 경보음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신발이 문제인 것 같았다. 신발의 소재. 정전기가 많이 이는 부직포 소재의 신발이 원인이었다. 



나를 미치게 했던 신발.

공항에 갈 때면 꼭 신발의 소재를 꼭 체크해야 한다.

부직포는 안된다.



알 수 없는 경보음이 당신을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여행의 변수는 코로나가 아니라, 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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