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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Aug 22. 2022

미용실에서 정액권을 권하는 이유



미용실은 변신을 하는 마법상자 같은 곳이다.




파마 후 예쁘게 드라이된 모습을 보면
단, 하루
화보 속 모델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유혹에도 미용실에서 펌을 하는 걸 힘들어해서 자주찾지 못한다.

3-4시간  자리에서 계속 앉아 있는 것이 버거워  년에   는다.  자주 찾지 못하는 이유  하나는 마음에 드는 헤어디자이너를 만나지 못해서다. 3-4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디자이너가  편했으면 좋겠고, 더불어 머리도 마음에 들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더불어 미용실이 집에서 가까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개의 욕망을 충족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다.


그렇게 방황하던 어느 , 드디어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났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누가 커트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있구나! 하며 놀랐다. 그날 처음,  원장님이면 앞으로  믿고 맡길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정액권을 권유하길래 앞으로   거니까, 높은 할인이 적용되는 정액권으로 결재를 했다. 인생 처음 사는 정액권이었다.


 개월 ,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그때  머리가 인생에서 제일 예뻤던 머리였고, 주변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았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미용실을 방문했는데,  원장님이 없었다. 다른 지점으로 가셨다고 했다. 연락을 해주고 가야 하는  아닐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남은 금액으로 다른 분에게 머리 시술을 받았지만 그때만큼 예쁜 머리는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정액권을   때까지 그곳을 부지런히 다녔다.


그 일로 정액권에 대한 생각이 회의적으로 변했다.


이사 후, 새로운 동네에서도 미용실 찾기는 계속되었다. 한 곳에 마음을 붙이고 다니다가, 한 번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빠글빠글 파마로 망친 후, 다른 곳으로 또 옮겼다. 처음 아이의 파마를 하려고 간 곳이었는데,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내 머리를 하러 또 방문했다. 머리에 대한 궁금증도 잘 알려주셔서 더 신뢰가 갔다.


"전에 했던 머리는 같은 롤로 말았는데, 머리카락 아랫부분빠글거리고,  부분은 굽실거렸을까요?"


"위의 머리는 새로 난 머리여서 건강모이고, 아래 머리는 몇 번의 파마로 손상된 상태였을 거예요. 그래서 위, 아래의 모질이 달랐고, 그 부분을 같은 상태가 되게 작업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 고려 없이,  한 번에 펌이 들어가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손상모는 머릿속에 비어있는 공간이 많아서 약이 더 빨리 침투해서 더 꼬불거리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그리고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일하시면서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는  제일 어려우세요? 난이도가 높은 펌이 있어요?"


"딱 어떤 작업이 어려운 게 아니라, 고객님들의 모질이 다 달라서 같은 펌이라도 다 다르게 나와요. 염색도 어떤 모질을 잘 먹어 색이 잘나오고, 어떤 모질은 발색이 잘 안돼요. 100명이면 100명 다 다른 모질이고, 고객님에 따라 다른 시술방법을 써야 해서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우리의 머리를 우리가 보지 못한다.





내가 보는 머리는 앞, 옆머리일 뿐 머릿속 곳곳을 보지 못해서 어떤 모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잘 알지 못했다. 우리의 피부가 다른 것처럼 우리의 헤어도 다 다르다는 걸 답변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4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결제를 하려던 순간, 디자이너 선생님이 정액권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달 행사를 진행해서 65만 원 정액권을 끊으시면 20% 할인이 들어가요."


메모지에 적힌 숫자를 보니, 정액권을 끊으면 오늘 한 펌비용, 5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목돈을 결재하는 건 버거운 일이어서,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거절했다. 문득 궁금했다.


"그런데 정액권을 끊으면 헤어숍 입장에서는 뭐가 좋은 거예요? 할인을 많이 해주면 남는 게 없잖아요."


"정액권을 끊는 고객들은 다음번에도 저를 찾아오시잖아요.
그리고, 다른 가족이나 지인분들이 같이 써도 되는데,
그럴 경우 소개도 되는 거라...
새로운 손님이 될 수도 있어요.

혹시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막고, 잠깐 동안의 단골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정액권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날씨처럼 변한다. 다음 방문 할 때의 상황도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액권은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잠깐 동안 붙잡을 수 있게 했다. 헤어숍의 입장에서는 고객 이탈을 막는 범퍼 같은 역할이었다.


머리를 하다가 정액권의 역할까지 알게 되었다.

조금 여유가 있고, 디자이너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면 정액제라는 도구로 신뢰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같다. 그러려면 일단, 미용실 가는  기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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