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고객님이 트리수집을 한다고 해서 집에 트리를 넣는 창고가 있는 줄 알았어요.”
“창고요?”
“네. 해외에서도 수집한다고 하셔서 그걸 한국으로 들고 오나 했어요.”
“어머. 그랬구나. 그 많은 걸 못 사죠. 사진을 찍어서 모아요.”
네일 숍 언니와 한 대화에서 트리 수집이란 네 글자로 서로의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1년 뒤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트리를 수집하게 된 건 6년 전이었다. 우리 가족은 12월이면 여행을 떠났다. 일 년 동안 쓰지 못한 남편의 월차를 12월이 되어서야 몰아서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달이었다면 보지 못했을 12월의 풍경을 일본, 베트남, 치앙마이에서 보게 되었다. 오사카 공항에는 학 오너먼트를 단 트리가 있었고, 마쓰야마에는 와인 잔이 층별로 쌓인 트리가 있었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트리는 트리였다. 그 자체로 설명 없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공통분모였다. 해외에서 만난 트리가 신기해서 한 장, 두 장 찍었던 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쌓여갔다.
트리 수집은 연말이면 먼지 가득 쌓인 마음에 바람을 불어주고 예쁜 조명을 들여놓았다. 돈을 들여 트리를 사지 않아도 움직이기만 하면 공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을 수 있었다. 트리 원정대로 마음먹고 떠난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거리에서 트리를 만나고, 옷을 사러 간 백화점에 트리를 만났다. 스치는 사람에게 인사하듯 11월이 되면 멈춰 서서 트리에게 인사를 했다. 트리는 나에게 반갑고, 만나고 싶고, 설레고, 아름다운 차은우였다.
트리를 수집하다 보니 레퍼런스가 쌓여갔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 안에는 통통 튀는 창의력이 가득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예술작품이었다.
<형태의 독창성>
선반처럼 만들어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트리 (현대백화점)
샹들리에 조명처럼 하늘에 매 단 트리 (이케아)
투명한 아크릴로 만들어서 보석처럼 투명한 트리 (안다즈 호텔)
레고로 만든 트리, 가방 가죽의 라벨처럼 만든 트리 (루이뷔통)
초록 나무 드레스에 빨강 리본 벨트를 형상화한 트리 (롯데백화점)
연필을 깎듯 나뭇결을 살린 트리 (제주도 크리스마스 박물관)
비스듬하게 와인을 끼워서 만든 트리 (호찌민)
장작을 쌓아 놓은 형태로 만든 트리 (치앙마이)
<오너먼트의 차별화>
바게트 빵이 오너먼트로 걸린 빵집의 트리
크록스가 걸려 있던 크록스 매장의 크리
알록달록한 털실을 통째로 사용한 루이 비통의 트리
메탈소재로 매끈하게 만든 여행가방 브랜드의 트리
거대한 건물 모서리를 이용한 트리 등 크기, 소재, 형태가 새로웠다.
세상의 트리는 모두 공짜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한 소리 없는 폭죽이다. 그것을 보느냐, 보지 않느냐의 차이다. 겨울, 밖을 나가기만 하면 선물을 받는다. 나는 조용히 선물을 주머니에 넣는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하나, 친구를 만나서 카페에 들어가다 둘, 도서관에서 셋. 겨울은 한 번도 나를 빈손으로 보낸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