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미라 -하필이면 혜림노래방 앞에서
그리고 성복과 완전한 결합을 이루고 그 절정에 이르렀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는 내게 책임감이랄지 곧 닥쳐올 문제들을 심각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나의 임신 여부를 상당히 신경 쓰는 척하다가도 매달릴 것 같았다. 그리고 당당히 소리쳤을 것이다. 너는 이제 나의 여자야. 피치 못할 상황에서 콘돔이나 피임약 같은 거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을 테니까. 미친 상상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떠한 경우라도 그에게 연락한다거나 미라처럼 찾아가지는 않을 참이었다. 도저히 이 상황을 어떻게 연계시켜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아닌 것은 아니다.
미라 탓이 아니었다. 그런 상태로 방치한 그가 미울 뿐이다. 옷을 훌러덩 벗고 있을 즈음에 그는 혼자 옷을 챙겨 입으려고 나갔었다. 그게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마치 죄는 둘 다 뒤집어쓴 것 같았는데 자신만 빠지려고 나를 팽개치고 버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일연과 성복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를 만나, 일연의 여자 친구라 무참하게 선언해 버리고 그녀를 떼어낼 심산이었나. 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헤매는 순간에도 미라가 성복을 힘들게 했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일 것 같다. 왜 성복 오빠가 미라를 데려가야 해? 그냥 가까운 모텔 방에 재우거나 휴대전화를 뒤져서 집으로 연락하면 되지 않아? 그렇게 노말 하게 말했을 것 같다. 그 옆에서 성복이나 일연이 굉장히 난처해하며 한창 머뭇거렸을지도 모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마음은 온통 심란하여 여러 갈래로 흩어져만 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차분히 가다듬고 평정으로 다스릴 수가 없었다. 빨리 지혜가 있는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잠을 자거나 침대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며칠 동안 꼼짝하지 않고 그렇게 지내고 싶었다. 아니면 잠을 청한 뒤에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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