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옛 연인을 가로챈 뻔뻔한 유혹녀였다. 간통이나 될법
돌발 상황에 놀란 성복은 내 위에 있다가 옆으로 돌려 옆에 자신이 벗어놓은 팬티로 얼른 아랫도리를 가렸고 침대 시트를 당겨 내 몸을 가려주기 바빴다. 숨도 제대로 고르지도 못한 상태였다. 바로 화분이 날려 들어온 그 근원지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화분을 던진 이는 바로 미라였다. 방문 앞에는 급하게 달려온 모양인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빨간 파카 입은 미라가 서서 무척 상기되어 있는 찌그러진 얼굴로 성복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만들 좀 하란 말이야. 그만 좀.”
“미라야. 네가 여기를 어떻게 들어왔어? 문을 어떻게 따고 들어 온 거야?”
미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다리 사이에 묻고 격하게 울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빤한 법칙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옛 연인을 가로챈 뻔뻔한 유혹녀였다. 간통이나 될법한. 성복이 만약 유부남이었다면 나는 그의 정부였다. 미라는 내게 달려들어 머리칼을 쥐어 뜯어내며 죽네, 사네. 외치며 달려들었을 것이다. 이 죽일 연놈들이.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가십거리에다 기쁨과 감동이 철철 넘치는 센티멘털한 장면이었다. 게다가 스릴러적인 요소를 심하게 가미한다면 바닥에 박살이 난 화분은 어쩌면 성복의 머리를 목표로 했다가 차마 그렇게는 못 하고 바닥에 던진 것일 수도 있는. 미라한테 물어보고 싶어졌다. 혹시 그 화분 말이야. 성복 오빠 머리에다 던지려고 하던 거 아니었니?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은 발가벗겨진 상황에서 그런 상상을 하는 나 자체도 좀 어이가 없었다. 흙 파편들이 방안에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으니까 자꾸 그쪽으로 생각이 뻗쳤다. 이런 애매한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건지, 참 민망하고 버티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정지되고 모든 동작이 멈춘 상태였다. 그나마 나를 가린 침대 시트가 자꾸 내려가는 감이 있어 더 바짝 끌어당겨 내 몸을 안 보이게 가렸다. 이 처참한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성복은 주섬주섬 자기 옷을 챙겨 황급히 방을 나갔다. 나만 홀로 남겨두고. 야속했다. 미라가 계속 고개를 다리에 묻은 채 울고 있어 옷을 챙겨 입으려 해도 자꾸 신경이 거슬려서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다. 같은 여자지만 움츠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날 바라볼지 몰랐다. 마치 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브래지어까지는 어떻게든 누워서 가리면서 했지만, 침대에서 팬티를 입고 거들을 착용하기가 너무 거북스러웠다. 결국에는 침대에서 나와 일어서야 하는데 미라는 계속 울고만 있고 정말 죽을 맛이었다. 나는 겨우 있는 힘, 없는 힘 다하여 겨우 짜낸 모기만 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라야 좀 나가줄래? 옷 좀 입게. 얼굴에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이었다. 미라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얼굴을 들어 시선을 내리깔았다. 곧 훌쩍거림을 훅 빨아들임이 거칠게 들려왔다. 코로 숨을 들이켜는 것이 걸걸하게 들렸다. 그녀는 돌아서서 유난히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갔다. 미라의 행동이 너무 태가 나서 내게는 그게 더 모욕적이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옷을 안 걸쳐도 부끄럼을 타지 않았는데 뱀의 유혹을 받고 선악과를 깨무는 순간, 모두 부끄러워 자신들의 아랫도리를 가리기에 바빴으니……. 서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던졌지만, 제삼자가 등장하였을 때는 창피하여 에덴동산인 성복의 아파트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 수치심이 극에 달하여 도무지 숨 쉬고 버티기조차 힘들었다.
“뭐 열쇠를 복사했다고?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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