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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만 Aug 03. 2023

근황

작은 형의 파우스트를 시작하기 앞서.


 전에는 글을 올리는데 꽤 재미가 있었다. 고칠 곳이 많이 보여 무척 서투르게만 보였는데 그러한 재미도 한물갔나. 지친 영혼을 한곳에 머물러 불사르고 간다. 한 줌의 재는 영원히 사그라지고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그것마저도 휩쓸려 가버린다.

휭- 휭-.


 파우스트를 봤을 때 느낌처럼 고결한 영혼을 바치고 순간적이고 아쉬움에 찰나에 이르렀을 때는 더 이상 헤집을 위안도 없으니 무엇으로 이상을 꿈꾸고 생을 이어갈 것인가. 차라리 그 순간에 있어서만큼은 적잖이 생각을 거듭하여 자제를 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미 썩어버린 육체는 유희에만 거듭나려하니 그 세계를 통틀어 이제 빠져 나올 수도 없고 그대로 머물러서 그 악마와의 약속만 이행하면 된다.

숨을 쉬고 심호흡을 길게 하는 동안 아직도 지켜보며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둡다. 어둡다. 고연(故緣)으로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저 사투. 그를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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