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연애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이렇게 완벽한(?) 남자를 만나려고
내가 오래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제대를 몇달 남기고 사귀었지만
나름 고무신 노릇도 한답시고
새벽에 도시락을 싸서(결국 엄마가 다 싸주셨지만;;)
군부대 앞으로 면회도 갔다
나는 첫 연애의 즐거움과 설레임을 만끽했다
이토록 도파민터지는 것이 연애란 말인가
썸타는 것도 즐거움이 있었지만
진짜 내꺼-로 침바르고 시작한 연애는 또 다른 즐거움이 가득했다
20년쯤 지난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그를 사랑하는 감정이 나를 행복하게 했던건지
열띤 사랑을 하는 나 스스로가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
무튼, 그와의 첫 연애, 첫 키스, 첫 스킨쉽
이런 것들이 나에겐 엄청난 자극이었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로맨스물로 야설을 탐독하며
글로 충분히 배웠고 이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보니 이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었다
심지어.. 나는 첫 키스 때 다리를 덜덜 떨었다 ㅎㅎㅎ
그래서 책이나 타인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간접경험과
내가 내 오감으로 직접 느끼고 겪고 부딫히는 건
이해의 폭과 넓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거 같다
그래서 세상을, 타인을 이해하려면
내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닫는 거. 그거 밖에는 없는 거 같다
첫 연애의 달콤함을 만끽하면서도
나는 졸업생이 응당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취업 전선에 있기도 했다
내가 공부에 크게 뜻이 있지도 않았지만
대학 등록금만 대주시겠다던
부모님과 밑으로 줄줄이 동생들을 생각하면
대학원 가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건 낭비이기도 했고 사치이기도 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아버지는 자식들이 더 공부하겠다고 했으면
밀어주셨을꺼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더 공부할 생각도 없었지만,
만약에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사람은 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미련 비슷한 것들을 품기 마련인가보다
아무튼 나는 당연히 취업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원서들을 내고 열심히 면접을 보고를 반복했다
대학 동기들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인문계 학생들이었기에 전공을 살리기란 쉽지 않았고
일반 기업들, 제조업, 유통업, 금융권 같은 곳을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지금도 취업이 너무 힘들지만
(지금은 '더더더' 힘들다고 나도 느낀다)
어느때나 취업은 힘든거 같다
특히 여자들은 남자 대비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걸 취업 전선에 나가면 더 격하게 실감하게 된다
내 스펙에 대한 한없는 아쉬움도 이때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 그냥 재수할껄...같은?)
나는 결국 당시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에 입사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스스로 기어올라가보겠다는 결심과 다짐을 했건만
그래서 상당히 많은 기업의 시험과 면접을 보았지만
나를 불러주는 곳은 찾기 어려웠고
결국은 내가 쓸 수 있는 동앗줄을 잡고 기어올랐다
덕분에 졸업 전에 입사를 할 수 있었다
동기들은 그 이후로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구직활동을 더 이어갔고
대부분이 괜찮은 기업에 입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앗줄이라도 있던게 다행이었나 싶기도 하고
만약 그 동앗줄이 없었다면 내게 다른 선택지가 열였으려나? 싶기도 하다
나의 사회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입사 후 '낙하산' 소리를 들을까 나는 너무 두려웠다
아무도 대놓고 그런 소리는 안했지만
적어도 한 지붕 아래 근무하는 아버지와 딸을 두고
좋지 않은 소리가 나와 아버지의 평판에 먹칠을 할까봐도
두려웠던 거 같다
그래서 늘 긴장 상태로 회사를 다녔다
출근 전에는 영어 학원에 다니고
깍듯이 상사와 선배를 대하고
눈에 불을 키고 일을 배웠던 거 같다
실수하지 않으려 너무 애를 썼던 기억도 나고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식사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수개월만에 4~5kg 가 빠지기도 했다
이제 와 보니 그때의 내가 참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2~3년 지나고 나서 상사가
처음 입사했을 때 편견이 있었지만
태도나 일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니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고 하셨을때
나는 뛸듯이 기뻤다
나는 학창시절에도 회사 생활에서도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참 애쓰면서 살았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그래서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던 거 같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너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즐거운 게 뭔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게 뭔지 찾는데
시간을 쓰라고,
남들 시선, 인정, 말 그런거 말고
너를 돌보고 아끼고 위하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