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나 먹자골목 등 술집이 많은 곳에서 배송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일단 넉넉하게 취한 그들은 일직선으로 걷는 경우가 없다. 뒤에 차가 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지그재그로 걸어 다닌다. 현대판 좀비가 따로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들에게 절대로 클락션을 울려서는 안 된다. 그 좀비들은 이성을 비워낸 자리를 용기로 채워놓고 다니기에 언제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우두머리는 길 위의 수면자들이다.
이들은 정말 생뚱맞은 곳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다. 놀랍게도 가장 많이 출몰하는 곳은 자동차 도로 위다.
언뜻 보면 길 한복판에 시체 한구가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보행자용 보드블록의 벽돌 위보다는 낮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더 따뜻한 듯하다.
배송 초보자 시절에는 이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놀랐었지만 이제 나는 베테랑 기사.
놀라기엔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 나는 이런 길 위의 수면자들을 마주하면 일단 차에서 내려와 말한다. 차로 아무리 빵빵 거려봤자 그들은 못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저씨, 아저씨,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이렇게 하더라도 경험상 그들이 정신을 차릴 확률은 절반이 안된다.
그래서 일단 그들을 도로의 끝 쪽으로 치워둔 후에 경찰을 부른다.
배송 초보자 시절에는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서 신고했지만 이제 나는 베테랑 기사.
경찰서를 직접 찾아간다. 대학로 주변의 경찰서는 다른 곳들에 비해 크고 많다. 경찰차도 매우 많다.
나는 배송을 하러 가는 길에 경찰서를 잠깐 들러서 얘기한다.
"저기 길에 사람 누워있어요"
새벽에 근무하는 경찰관도 역시 익숙한 듯 위치만 듣고는 바로 출발한다. 그들 역시 베테랑이다.
여름만 되면 성수기가 되어버리는 경찰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