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가 자꾸 다른 여자와 양다리를 걸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보온병에 과일 주스를 담아 내게 건네주거나 집에서 달인 차를 마시게 해 주었다.
우린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고 쉬는 시간이면 내가 강양과 데이트를 하거나 안 양과 어울려도 그녀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우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와 만난 지 이 년째. 갑자기 그녀가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아 나는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
삼 일을 결근한 그녀의 방엔 빈 술병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왔어 ?"
라고 말하는 그녀는 거의 혼수상태였다.
나는 119에 신고를 하고 그녀를 병원에 호송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술을 안 마시다 한 번 마시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의 알코올 중독자.
치료가 끝나고 그녀를 집에 데리고 오는 길에 그녀가 말했다.
"다신 안 마실 거야..."
그녀는 다짐하듯 말했지만 그 말은 헛된 맹세임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알코올에 관한 나의 지식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금기를 깬 건 나의 난잡한 관계에서 온 충격이 쌓인 결과 같았다.
많이 참았던 그녀.
나는 회사일로 바빠 그녀를 돌보지 못하다가 삼일 후에 그녀를 다시 찾았다.
이런!
문을 열자 술병이 산처럼 쌓여있고 두 남녀가 벌거벗은 채 누워 있었다.
순간,
치솟는 분노에 문을 꽝 닫고 그 집을 뛰쳐나왔지만 배신감에 온몸이 떨렸다.
며칠을 손에 잡히지 않은 일을 붙들고 강양 안양과 어울려도 자꾸 그녀가 눈에 밟혔다.
궁금증이 나서 못 견딜즈음 회사 내에서 소문이 돌았다. 그녀가 죽었다는 거였다.
사인은 자살.
나는 퇴근하자마자 그녀의 집으로 내달렸다. 텅 빈 그녀의 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그녀는 영안실에 있다고 했다.
"미안해..."
나는 영정 앞에서 울부짖었고 함께 누워 있던 그놈은 그녀의 사진 옆에서 나란히 웃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정말 사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놈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