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by 남상봉

사거리 모텔 앞.

밤 열 시.

두 중년 남녀가 신호등 앞에서 실랑이를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 한 번 하자~응"
하자
여자가 코맹맹이 소리로
" 싫어엉. 싫단 말이양 ...!"
로 잡아떼고

남자가 다시
" 저 모텔에서 뜨밤 좋잖아..."
여자
"자꾸 그러면 나 집에 갈거얌 !"

이 지랄로 둘이 밀고 당기는데 여자는 시장바구니를 들었다.
보아하니 초면은 아닌 듯. 식당에서 한잔씩 하고 나온 것 같다.

가까이서 지켜보는데 재미있어 돌아가는 사태를 주시하는 중 신호등이 바뀐다.


그때 여자가 갑자기 신호등을 건너 모텔 앞까지 뛰다시피 도착하여 남자를 보고

"빨리. 빨리..."

하며

손짓을 한다.

여기부터 문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남자가 실망한 듯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뒤돌아선다.

황망해진 여자가 돌아오려다 붉은 등에 걸려 못 오고 남자는 사라지고 만다.

멍하니 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여자. 담배 연기를 내뿜고 사라지는 남자...


이 둘의 연극은 어디서부터 잘못 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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