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죽었다.
혼자 장례를 치르고 집에 왔다.
" 돈 좀 빌려줄래?"
평소 안면이 있는 임 씨에게 오백만 원을 빌려 주었다.
그는 잠적했다.
집을 팔았다. 남도로 여행을 하다 법엄사서 머리를 깎았다. 조용히 수행을 하다 깨달은 바가 있어 절에다 재산을 기부하고 거기를 나왔다.
" 돈 여기 있어."
우연히 만난 임 씨가 내게 오백 만원을 갚았다.
"고마워요."
나는 말하고 기차를 탔다. 고속열차 바깥으로 여린 풍경이 지나갔다.
어머니가 죽었다.
법엄사서 연락이 왔다. 삼백 만원만 더 시주해 줄 수 없냐는 거였다. 나는 좋다고 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고 했다. 절 한편에 ' 영심당'이라는 별채를 세워달라 했다.'영심'.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절에서는 그러마고 했다.
나는 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다시 기차에 올랐다. 강남 신사동 사거리 거산 빌딩 옥상에 올라가 돈을 뿌렸다.
길 가던 행인들이 돈을 주우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십 분 가량 돈을 뿌리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했다.
" 저 사람이다. 잡아라!"
어떤 자는 옥상에 오르고 있었다.
돈을 다 뿌린 나는 비상구로 내려왔다.
어머니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