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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봉 Jan 03. 2025

우리 셋의 이야기

오늘 같은 밤이면 잔잔한 첫사랑 얘기가 좋지요.

고 1 때.

애초에 공부는 관심이 없던 시절. 영어회화나 배우려고 학원에 갔었지요.

뚜벅뚜벅 2층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창가에 앉아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어요.

첫인상에 '눈이 깊다'는 느낌을 가졌었죠. 대학교 2학년인 그녀는 '지영'이라 불렀어요.

간호 대학생인 성녀와 나는 학생이었고 영문학도인 지영은 선생으로서 학과가 시작되었죠.

나는 첫눈에 지영에게 반했고 성녀는 열외였어요.

왜냐하면 지영은 깊은 눈을 가졌는데 성녀는 얕은 눈을 가졌기 때문이었죠.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었어요. 나는 지영을 좋아하고 성녀는 나를 좋아하고...

지영의 마음은 알 수 없었어요. 나는 수업 내내 지영과의 키스만 상상하고 있었죠.

어둠이 짙게 깔린 여름날의 수업이 세 남녀의 밀고 당기기로 이어지던 그날.

그날도 우린 묘한 분위기 속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나는 여전히 수업은 딴전이고 그녀와 키스할 궁리만 하고 있는데 드디어 일이 터졌어요.

공부 중에 갑자기 지영이 일어나더니 난데없이

"너 이리 와. 건방져."

하더니만 나를 벽에 세웠어요.

그러더니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치는 거였어요.

' 아, 그 달콤한 맛이라니...'

그녀는 세 대를 치더니 멈추더군요.

나는 재빨리 그녀의 입술을 덮쳤죠. 그다음 가슴을...

그녀는 가만히 있었어요.

여기까진 좋았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성녀가 불 같이 달려들더니 우리 둘을 떼어놓고...

그다음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게요.

아무튼 다음 날 학원은 문을 닫았답니다.

지영과 나 성녀 간의 난투극이 불러온 참사의 결과였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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