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정 Jan 13. 2023

동요에 대한 단상

요즘 엄마는 불편하다

아기가 4-5개월 즈음이었을까. 유튜브로 ‘아기 동요’를 검색해 메들리를 틀어놓고 아기와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온 노래는 내 귀를 의심케 했다.

“내가 제일 예쁘다고 엄마 내게 말하셨지~ 유치원에 가보니 내가 제일 못생겼어~~ 내가 제일 귀엽다고 아빠 내게 말하셨지~~ 놀이터에 가보니 내가 제일 뚱뚱했어~"

대충 이런 식의 가사다. 화룡점정인 것은 이 대목이다 "민혁이란 친구는 나랑은 놀지도 않아 다른 여자아이 뒤만 졸졸 따라다녀"  

나는 분노했고 도대체 어디서 나온 노래인지 찾아본 후 다시는 그 트랙을 틀지 않았다. 그만큼 외모와 상관없이 집에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가?? 여자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남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무슨 의도인지, 무엇을 위해 만든 가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요즘 시대가 급변한 만큼 예전 노래들은 그 흐름을 따라오지 못해 부모들을 불편하게 할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곰 세 마리'다. 아빠곰은 뚱뚱하고 엄마곰은 날씬하다. 굳이 뚱뚱 날씬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은데 아직도 이 노래는 이렇게 굳어져 전해 내려온다. 거기에 꼭 날씬한 건 엄마다. 물론 시대가 이렇다 보니 어떤 장난감에서는 “아빠 곰은 늠름해. 엄마 곰은 상냥해” 이런 식으로 변형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나는 소심하게 혼자 예민 맘이 되었다. 개굴개굴 노래를 하는 개구리 집안은 왜 아들, 손자, 며느리만 모여있는 건지, 누나 혼자 나물을 씻는데 왜 거기에 혼자 놀면서 돌을 던지는 건지??? 사과 같은 내 얼굴은 예쁜데 호박 같은 얼굴은 못 생긴 건지. 울퉁불퉁하면 안 되는 건지, 왜 자꾸 못생김을 규정하려 하는지.

오버를 조금 더 보태자면 루돌프 사슴코는 따를 당하다가 산타가(권력자) 그를 인정해 주니 그 후로 갑자기 모두가 그를 추앙했다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아 물론 오버를 보탰다고 덧붙였을 만큼, 이런 가사까지 시비를 걸면 남는 노래가 없을 거란 생각을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집에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이 노래는 유래를 듣고 나서 마음 한편 불편해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로 끌고 가기 위한 인력을 차출하고, 그때마다 마을에서 어린 소녀들을 데려가느라 이 노래가 생겨났다는 얘기였다. "하나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짚고 잘잘잘~~" 하는 노래는 우리 엄마가 부르는 오리지널 버전을 보면 '일곱'에선 "일본 놈이 칼을 차고" 하는 내용인데, 요즘 유튜브 버전에선 바뀌어있다.


동요는 어찌 됐든 이렇게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조부모로부터 자연스레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동요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 만들어진 아기 상어를 듣다 보면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빠도 엄마도 각자 요리를 하고 여성도 늠름한 행동을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동요라면 최소한 이런 자각은 가지고 만들었으면 한다.


'개구리'나 '곰 세 마리'처럼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동요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유래와 지금과의 차이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상, 성인과의 온전한 대화는 부족하고 꼬물대는 영아를 상대로 같이 붙어있는 아기엄마의 잡생각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가지 치는 생각이 많아진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궤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