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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올린 고마움

by ligdow


작년에 암이라는 낯선 길을 걷고 있을 때, 가장 막막했던 순간마다 큰 힘이 되어주셨던 한 분이 계신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000 내과 의사 선생님.


수술 전 검사에 필요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주셨고, 암이 사라졌다는 결과를 가장 먼저 확인해 주셨던 분.

서울 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를 받고 내려오면서 수술을 해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그분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찾아 설명해 주시면서 나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요즘 작년의 일들을 글로 옮기다 보면, 그때보다 지금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암과의 전쟁으로 버거웠던 날들, 그 시간 속에서 마음을 다해 함께해줬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때는 내 코가 석 자라 그 마음을 제대로 마주할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제야 그 따뜻함의 크기를 헤아리게 되는 것 같다.



지난주에 스승의 날이 있었다.

올해는 남편, 딸, 나 모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해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어둡고 조용했다. 간호사 한 분만 무언가를 정리하고 계셨다.

“선생님 좀 뵈러 왔어요”

“4월 30일부로 병원을 그만두시고 서울로 가셨어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병원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혈액종양내과 000 선생님이 화면 속에 계셨다. ‘다시 암 환자들을 만나러 가셨구나. 참 다행이다.’ 나는 살짝 아쉽지만, 선생님이 계셔야 할 자리로 다시 돌아가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과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니 다음에 시간을 내서 인사드리러 들러봐야겠다.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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