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산책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작고 까만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다시 돌아보니 작은 박새 한 마리였다. 이제 막 날기 시작한 듯한 고작 10cm 정도 되는 박새였다. 가까이 가도, 차가 지나가도, 그 작은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주위를 살폈고 다행히 이곳은 아파트 단지 앞이라 차량 통행이 잦지 않았다. 양쪽 차로에 손을 들어 운전자들에게 멈춰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놀랍게도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조용히 멈춰 서 주었다. 그 짧은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두 손으로 조심스레 새를 감싸 들어 올렸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졌다. 공원 가장자리의 풀밭에 살포시 내려놓자, 새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옆 꽃나무로 날아올라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아주 작은 소리로 짹짹거렸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잘 움직일 줄 알면서 도로에서는 왜 가만히 있었던 걸까? 어떻게 저 작은 몸으로 차들이 다니는 도로 한복판까지 오게 된 걸까? 아마도 방향 감각을 잃었거나 너무 놀라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봄날의 산책길에 찾아온 뜻밖의 만남이었다. 작은 생명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도 마음 놓고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귀여운 박새 덕분에 오늘 산책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박새가 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