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아이들과 20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90년생 형진이, 96년생 현준이. 현준이는 내가, 형진이는 팀장님께서 치료를 했다. 지금은 30대 청년이 된 두 사람. 그 시절 치료해줘서 고맙다고 여전히 인사를 전해올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다.
나는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시절을 기억해주고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맙고 감동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 아이들이 만났던 수많은 치료사 중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억해 주고 감사하다고 전해주는 그 마음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울린다.
올봄에 내가 서울에 가서 얼굴을 보자고 약속했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만남을 기대했지만 건강 문제로 결국 가지 못했고, 지난 번 통화를 하면서 내 사정을 조심스레 전할 수밖에 없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이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었다.
스승의 날에 이어 오늘도 영상통화를 했다. 서로의 근황을 전하고, 엊그제 검사를 마친 나를 걱정해주는 두 청년의 따뜻한 눈빛에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 현준이가 울었어요.”
정 많고 밝은 그 아이를 울리면 안 되는데...
내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고 믿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셋은 앞으로 2주에 한 번 수요일마다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지켜야 할 즐거운 약속이 또 하나 생겼다.
현준이는 서울의 0000 장애인복지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형진이는 작년까지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사무직에 근무했고, 올해는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둘은 함께 오뚜기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두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참 아름답다.
굳이 ‘장애’라는 단어를 덧붙이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그 모습만으로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다.
두 달 전에 형진이가 영상을 보내왔다.
나보다 더 단단하고 씩씩하게 자기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
https://youtu.be/0pjgsJVrvfI?si=jsmNn9WnwQABcg3I
오뚜기 기자단 청년들의 밝고 따뜻한 성장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오늘 글의 제목은 현준이가 복지관 노래방에서 즐겨 부른다는 크라잉넛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사진은 2022년 6월, 두 청년을 만나러 서울 0000복지관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우리들의 더 많은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길~게 이어질 예정이다.
사진과 영상은 두 청년이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사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써도 된다는 부탁도 받았다.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