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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스물한 살 여름

첫 사회 경험이 준 깨달음

by ligdow


큰딸(대학교 2학년)은 여름방학 동안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교육을 받고, PPT를 만들고, 메일을 보내는 등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사회생활의 첫 단추였고, 세상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빠는 매일 전쟁터로 나가서 이런 책임을 짊어지고 계셨어. 아빠가 정말 멋지고 대단한 것 같아. “

출근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그녀가 했던 말이다.


그녀는 조금이나마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니 아빠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을지 생각만 해도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살아온 아빠를 이제서야 제대로 알게 되어 죄송하기도 하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잠깐의 사회생활이었지만 그 속에서 책임과 사랑을 깨달았다. 이렇게 조금씩 한 걸음 성숙해져 가는구나 싶다. 남은 일주일 동안 마무리 잘하기를.


지난주에 첫 월급을 받고 상기된 얼굴로 가족들에게 선물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에게는 운동화를, 아빠에게는 향수를, 동생에게는 립글로스를 선물하겠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용돈을 드리면서 겨울이 오면 내복을 사드리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어제 오후에 그녀와 함께 운동화를 사러 갔다.

“엄마가 걷고 뛸 때 편한 걸로 골라. 금액 걱정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덕분에 점심 식사 후 새 신발을 신고 산책을 나가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만큼 폴짝폴짝 뛰기도 했다.


나의 20대 이야기를 연재 중인 요즘, 그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아르바이트도 안 해보고 회사라는 조직에서 어리버리 얼마나 헤매고 있을지 그려진다.

처음이라 그럴 수 있고 그 또한 그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녀 스스로 ‘전쟁터’라 부르는 곳으로 매일 출근해 긴장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툴지만 최선을 다한 수고와 노력이 바로 이 선물 속에 담겨 있음을 알기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10만 원이나 하는 큰돈을 쓰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녀에게 귀한 선물을 준비했다.

(브런치에서 유명한 두 작가님의 책)


*반짝이는 사랑으로 20대를 빛내길 바라며

부드럽지만 단단한 그녀에게 어울리는 시집

-린다 작가님의 ‘노을이 지면 네가 떠올라서’


*몇 년 후 조직 생활을 하게 될? 그녀가

훗날 “예방주사 맞기 잘했다”라고 느낄 법한 책

-초맹 작가님의 ‘오피스 게임’




그녀는 지금 내가 써준 짧은 메모를 읽고

미소 지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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