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함께 1년 10개월

100점입니다!

by ligdow


3개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네 번의 검사를 받고 보니 한 해가 훌쩍 흘러갔다.

12월 3일에 검사를 받고 오늘은 그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벌써 익숙해졌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올해 첫 검사였던 3월에 백 점을, 6월과 9월에도 좋은 결과였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검사였던 12월까지 다시 한번 백 점. 한 해 네 번의 백 점은 우연이 아니라 매일의 관리와 꾸준함이 차곡차곡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브런치 독자분들의 응원과 사랑도!


하지만 모든 과정이 평탄했던 건 아니다.

9월 직장내시경 검사 도중 갑자기 혈압이 60/40까지 떨어졌다. 아무 증상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의료진은 급히 수액을 달고 여러 번 혈압을 체크했다.


누구의 실수도 아니었다. 약 용량도 늘 같았고, 내 몸 상태 역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체중 변화조차 거의 없었으니 이유를 정확히 짚을 수도 없었다. 그저 예고 없이 찾아온 설명하기 어려운 한 번의 흔들림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몸은 알고 있으려나...


그래서 9월의 혈압 이슈를 고려해 내시경실 의료진은 이번에는 검사 중에 수면약을 조절하며 투여하겠다고 했다.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결과 반의 반 수면 같은 낯선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의식이 또렷해 통증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웬만하면 아픈 걸 잘 참는 게 특기인데, 그날은 “너무 아파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던 모양이다. 다음 날 보니 퉁퉁 부어 있었다.

순간 ‘어쩌면 내년 3월 검사 때도…’ 하는 생각이 스치며 벌써부터 아파오는 듯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감당하기로 했다.


아무튼, 오늘은 다시 백 점이었다. 10월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시아버님의 병환으로 몸도 마음도 분주해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우려를 단번에 잠재우는 주치의 선생님의 유쾌한 한마디가 있었다.

“이상 없고, 이상 없고, 백 점이네요!”

“백 점입니다.”


기쁨을 기념하고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었다. 라면을 끓였다. 암 환자가 된 이후 처음이다. 예전에도 즐겨 먹던 음식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그 면발의 식감을 느끼고 싶었다.

아마 지난주 ‘랜선 라면 파티’(무명독자, 마봉 드 포레, 시트러스 작가님 세 분)의 영향이 컸나보다.


원래 달걀은 넣지 않는다. 설명서대로 끓였다.

물론 늘 먹는 채소와 단백질 식사를 절반 정도 한 뒤에 국물 없이 라면만 건져 먹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게 웬일인가. 2년 동안 예전 맛을 잃어버린 걸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에잉…


아쉬운 마음에 큰애를 불러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꾸몄다. 거실 책상 위에 반짝이는 작은 전구들이 오늘 내 기분처럼 밝게 빛났다. 그 불빛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폰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참 많이 애썼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이제 내년 3월 검사까지 겨울을 잘 보내야 한다. 그리고 아마 잘 보낼 것이다. 그 후부터는 6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검사 간격이 멀어진다는 건 조금씩 더 자유로워진다는 뜻, 이상없다는 의미다. 그저 좋다.


-12월 12일 금요일.



모든 꾸미기에 소질이 없어 크리스마스트리도 처음이다. 구독자분들께 너무 이르지만 이참에 인사할게요.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