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심지어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차마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태에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사실 나도 내가 어디쯤인지 몰라서 데리러 와달라 할 수도 없고, 왜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지 설명도 할 수 없어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왜 불행은 소리 없이 찾아올까.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볼 때, 외면하고 싶어 고개를 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저는 그쪽 모르는데요, 하고. 하지만 불행과 마주해야 이 불행이 끝나버린다는 것을 너무나도 알아버려, 이제는 왔느냐고 자리를 내어준다. 따뜻한 티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어본다. 나를 또 삼킬 것이냐고, 내가 애써 쌓아 놓은 것을 또 망칠 것이냐고. 그렇게 혼자인 밤은 외롭고, 지치지만 어째서인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예전에 친구에게 얼굴 한번 볼까 물었더니 이렇게 답을 해왔다. 내가 지금 불행한데, 너를 만나면 내 불행이 너한테 옮을까 봐. 그 무슨 바보 같은 말이냐고 어이없어하며 지나갔지만 이내 마음이 계속 저렸다. 결국 그 말을 뱉은 친구의 마음을 존중하여 만나지도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말이 잔상으로 남아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불행이 남에게 옮을까 봐 마주하지 못한다니 너는 지금 어느 길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글을 쓴다. 또 네가 혼자일 까 봐, 나처럼 통화 버튼을 두고 주저할까 봐, 혼자서 그 골목에 서 있을까 봐. 내가 무엇 하나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캄캄한 밤 대신, 붉게 지는 노을을 보자고. 나는 비를 싫어하지만 네가 비를 좋아하면 열 번이고 함께 비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나는 잠귀가 밝아서 네가 통화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다고. 그러니 주저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