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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Sep 25. 2022

이걸 또 보고 앉아있네, <환승연애2>

오랜만에 쓰는 리뷰글이다. <환승연애>의 타이틀을 처음 보고, 미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환승하는 과정을 X와 함께 공유한다고? 그때쯤 다른 OTT 플랫폼에는 <체인지 데이즈>라는 실제 연애 중인 커플이 함께 나와 다른 커플들과 파트너를 바꾸며 데이트를 해보는 프로그램도 함께 방영 중이었는데 세상이 미쳐있는데 나만 그 미침을 못 따라가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미친 프로그램답게, 해당 프로그램은 많은 키워드들을 생성하며 높은 화제성을 만들었고, 우려했던 바와는 다르게 좋은 평으로 프로그램은 종영되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없이 진지하게 보지는 않는다. 출연자들이 일반인이라고 하여도, 어느정도 연출은 있기 마련이니까. 여튼 현재는 시즌 2 방영 중이나는  미친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헤어진 X와 함께 다시 일상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노력하는 프로그램이라니. 말만 들으면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또 보고 있으면 사연 하나하나 애틋하고, 출연자들의 실제 이야기라 그런지, 마음이 금방 동해서 긴 시간을 계속 보게 된다. 내 연애도 귀찮아서 안 하고 있는데, 남 연애하는 게 왜 이렇게 재밌을까.



우리는 모두 이별을 겪었다.

헤어진 X와 이 프로그램에 나오기 위해 다시 연락을 하고, 부정해봐도 나의 마음을 결국 제일 잘 아는 것은 X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고, 그럼에도 우리가 헤어진 이유 역시 다시 한번 직시하게 되고, 내 X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가도, 누군가로 그 마음이 채워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 잡히는, 이 과정을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비슷하게 경험했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날까, 하는 고민 속에서도 그랬고 헤어지고 나서 들려오는 X의 소식들에도 그랬다. 그랬기에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 내는 장면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절한 매력의 출연자들

직업도, 성격도 모두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제작진이 많은 고심 끝에 고른 출연자들이니, 그만큼 모두 다 매력 있다. 이상하게 특정 이유 때문에 밉다가도, 결국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다가도 둘의 서사가 나오면 이해되기도 한다. 물론 그럼에도 계속 정이 가지 않는 출연자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저 속에 들어가 있으면, 나 역시 욕먹을 행동을 한 두 개로 끝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메기남, 메기녀

중간에 투입되는 출연자들을 일컫는 말인데 메기 효과에서 나온 말이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 그렇기에 중간 투입자들은 확실히 판을 흔들만한 매력이 있어야 하고, 이 포맷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짝을 만들지 못한 출연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기에 좋은 포맷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메기남, 메기녀 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기에 보는 시청자에게도 아쉬움이 많다. 생각해봐라. 내가 이미 모두가 친해져 있는 공간에 뒤늦게 들어가서, 그곳에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하면, 주변에서 다른 프로그램들을 많이 추천해준다. <나는 솔로>, <체인지 데이즈> 등. 이것도 재밌어 봐 봐, 하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날것은 보고 싶지 않다. 그 날것이라는 게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한데, 내게는 단점으로 더 와닿기에. 굳이 필터 거치지 않은 대화들로 보는 내내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고, 적당히 한 편의 드라마처럼 시청하고 싶다. 그런 부분에서 <환승연애>는 귀신같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잘 아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인가. 친구가 만약, <환승연애>에 나간다면 누구와 나갈 수 있냐 물었다. 헤어진 남자 친구들을 손으로 세며, 이 오빠는 결혼해서 안되고, 얘는 내가 싫고, 하며 손가락을 접다가 두 명이 남았는데, 누군가와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아마 절대 안 나갈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과 모두 마침표를 찍었으니까.


마침표를 제대로 찍었다면, 다시 마주하지도, 다시 마주한다 해도 연인으로 연이 이어질 리 없다 생각한다. 아마 그들은 마침표를 모두 찍지 못한 것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상대는 찍지 못하지 않았을까. 이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좋은 마침표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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