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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Sep 07. 2022

사랑 고백인지 생일 축하 메시지인지


나는 정말 널 모르는 최측근 같아, 하고 지난밤 메시지가 왔다. 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건 알겠는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어. 그 말에 웃으며 나도 너 지하일 때 지상으로 못 꺼내오잖아, 하고 답하니 그래도 너는 올라올래? 올라올 기분이니? 하고 계속 묻잖아. 나는 그걸 잘 못하겠어, 한다.


너는 알까. 나는 네가 방금 보낸 그 메시지만으로도 지상에 올라가 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한다는 것을.


같은 중학교를 나왔지만 친하진 않았다. 그냥 서로 저런 아이가 있다는 것 정도. 친구가 된 건 열여덟. 그때의 나의 일과는 아침에 등교해 본관인 나의 반에서 신관인 랑이네 반에 가 손재주 좋은 랑이가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면 다시 나의 반으로 돌아오고(손이 없었나), 가끔 가예와 그 반에가 점심을 먹는 것이었기에 그래서 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열아홉이 되고 나서는 같은 독서실 패밀리였다. 독서실 가기 전 매일 감자탕을 먹을까, 떡볶이를 먹을까 고민하던 우리들. 너는 기억할까. 새벽 2시쯤, 독서실에서 나와 우리 집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스무 번은 바뀔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던 것을.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그날 너와 나눈 대화들이 좋아서, 너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새벽의 발걸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열아홉에서 서른다섯까지,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했다. 인생이 구질구질할 때 같이 구질구질하기도 하고, 한 명이 힘들면 한 명이 이끌고, 서운함을 쌓아두었다 서운함 말하기 대회 같은 것도 열고, 서로 바보 같은 모습을 지켜보고, 많은 여행을 함께하고, 좋은 것을 보면 다음에 같이 오자 하며. 남자 친구한테도 안 하는 사랑 고백 같아 갑자기 이 글이 조금 쑥스러워진다.


너는 날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지만, 나를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본 네가 모르면 도대체 누가 날 알까. 나는 널 잘 안다. 물론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어떤 것에 웃음을 짓는지, 어떤 말에 감동을 받는지, 어떤 것에 닥치면 울상이 되는지, 언제 도망가고 싶은지, 어떤 일에 화가 풀리지 않는지도. 그리고 <나는 네 두번째 서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에 적은 것처럼 이만큼 알아도 너를 더 알고 싶으니,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게 맞다.


이왕 사랑이란 단어를 꺼냈으니 조금 더 말해보자면, 나는 너의 건강한 정신을 사랑한다. 어리석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배인 배려도, 가끔 솔직하게 털어놓는 너의 말들도, 너의 각진 어깨도, 내가 울상일 때 나를 안 보고 앞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도, 뛰어난 공감능력도, 늘 정성스레 답하는 그 말투 역시 사랑한다. 그러니 널 이렇게나 사랑하는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하고, 네게 엄청나게 좋은 일이 생겨도 배 아파하지 않을 테니, 좋은일만 있었음 한다.


서른이 넘은 뒤로는 생일을 자주 잊는다.  생일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래서 매번 주변인의 생일을 잊고 사죄의 반성문과 함께 생일 축하를 하는 일이 잦지만,  번도 너의 생일을 잊은  없다. 사랑하는  친구, 아까 말했던 것처럼 오늘 하루  번도 찡그리지 않는 하루가 되길. 생일을 축하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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