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널 모르는 최측근 같아, 하고 지난밤 메시지가 왔다. 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건 알겠는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어. 그 말에 웃으며 나도 너 지하일 때 지상으로 못 꺼내오잖아, 하고 답하니 그래도 너는 올라올래? 올라올 기분이니? 하고 계속 묻잖아. 나는 그걸 잘 못하겠어, 한다.
너는 알까. 나는 네가 방금 보낸 그 메시지만으로도 지상에 올라가 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한다는 것을.
같은 중학교를 나왔지만 친하진 않았다. 그냥 서로 저런 아이가 있다는 것 정도. 친구가 된 건 열여덟. 그때의 나의 일과는 아침에 등교해 본관인 나의 반에서 신관인 랑이네 반에 가 손재주 좋은 랑이가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면 다시 나의 반으로 돌아오고(손이 없었나), 가끔 가예와 그 반에가 점심을 먹는 것이었기에 그래서 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열아홉이 되고 나서는 같은 독서실 패밀리였다. 독서실 가기 전 매일 감자탕을 먹을까, 떡볶이를 먹을까 고민하던 우리들. 너는 기억할까. 새벽 2시쯤, 독서실에서 나와 우리 집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스무 번은 바뀔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던 것을.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그날 너와 나눈 대화들이 좋아서, 너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새벽의 발걸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열아홉에서 서른다섯까지,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했다. 인생이 구질구질할 때 같이 구질구질하기도 하고, 한 명이 힘들면 한 명이 이끌고, 서운함을 쌓아두었다 서운함 말하기 대회 같은 것도 열고, 서로 바보 같은 모습을 지켜보고, 많은 여행을 함께하고, 좋은 것을 보면 다음에 같이 오자 하며. 남자 친구한테도 안 하는 사랑 고백 같아 갑자기 이 글이 조금 쑥스러워진다.
너는 날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지만, 나를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본 네가 모르면 도대체 누가 날 알까. 나는 널 잘 안다. 물론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어떤 것에 웃음을 짓는지, 어떤 말에 감동을 받는지, 어떤 것에 닥치면 울상이 되는지, 언제 도망가고 싶은지, 어떤 일에 화가 풀리지 않는지도. 그리고 <나는 네 두번째 서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에 적은 것처럼 이만큼 알아도 너를 더 알고 싶으니,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게 맞다.
이왕 사랑이란 단어를 꺼냈으니 조금 더 말해보자면, 나는 너의 건강한 정신을 사랑한다. 어리석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배인 배려도, 가끔 솔직하게 털어놓는 너의 말들도, 너의 각진 어깨도, 내가 울상일 때 나를 안 보고 앞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도, 뛰어난 공감능력도, 늘 정성스레 답하는 그 말투 역시 사랑한다. 그러니 널 이렇게나 사랑하는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하고, 네게 엄청나게 좋은 일이 생겨도 배 아파하지 않을 테니, 좋은일만 있었음 한다.
서른이 넘은 뒤로는 생일을 자주 잊는다. 내 생일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더 그런 걸까. 그래서 매번 주변인의 생일을 잊고 사죄의 반성문과 함께 생일 축하를 하는 일이 잦지만, 한 번도 너의 생일을 잊은 적 없다. 사랑하는 내 친구, 아까 말했던 것처럼 오늘 하루 한 번도 찡그리지 않는 하루가 되길. 생일을 축하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