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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Jul 28. 2022

INTP가 사랑하는 ESFJ

시즌 1이 인기몰이를 하며 종영했던 tvN의 환승연애 시즌2가 몇 주 전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모두 모여 MBTI를 서로 얘기하는 장면을 보고 헉, 했다. 정말 시대가 바뀌었구나. 나 역시 새로운 MBTI에 관련된 테스트(어떻게 매번 그렇게 새로운 테스트가 생겨나는지 신기할 따름)를 누가 보내주면 해보는 편이지만 맹신하지는 않는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초를 칠 생각도 없다. 혈액형 4개로 나누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16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니 상대를 파악하는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첫인상을 정하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MBTI를 듣는다면 나 역시 색안경을 끼게 될 것 같다. 상대를 더 이상 탐구하려 들지 않고, 아 계획적이구나, 아 조금 고지식한 편이시군요. 외향적이니 집돌이는 아니시겠네요.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겠지만 아마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무슨 책을 좋아하세요, 무슨 음식을 좋아하세요, 무슨 운동을 좋아하세요, 주로 집에 계시나요, 여행 다니실 때 계획을 세우시는 편이신가요, 질문 대신 우리는 이제 질문 하나를 던진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 상극과 좋은 합도 있다는데 어느 정도 데이터로 나온 결과겠지만 믿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주위에는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많으니까. 10  만난 친구들은 그런  하나도 모르고 친구가 됐다. 심지어 혈액형도 모른다.  O형이야?  O 좋아해 친구 하자! 같은 이상한 말을 내뱉진 않았으니까. 같은 반이 돼서, 같이 점심을 먹어서, 우연히 밖에서 만났는데 나한테 반갑게 인사해서, 키우는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같은 음악을 좋아해서  친구가  이유는 다양하고 그렇게 수집(?) 친구들은 각양각색이다. 그래서인지 성격도, 성향도, 취향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르다. 친구1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수영강사를 하다 요즘은 커피를 만들고 있고, 친구2 홍대 미대를 나왔는데 갑자기 일본에서 일본인과 결혼해서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친구3 쌍둥이 엄마로 영양사를 하다 올해 휴직계를 냈는데 머리를 금발로 염색했고 친구4 일산에서의 생활을 한순간에  때려치우고 제주에 내려가 파티문화를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친구5 아이 둘을 키우며 조용히 살고 있는가 했더니 육아 웹툰 작가가 되어있었다. 정말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수집했다면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사는 친구들을   있었을까.


20대에 생긴 모임 중에 하나는 나를 포함해 4명인데 모두 T다. 나만 F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T속에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지만 사실 별로 힘들지 않았다. 심지어 2명은 나와 4개 모두 다른 MBTI를 가지고 있다. 나는 ESFJ. 그들은 INTP. 완전히 정반대의 사람이니 자주 부딪힐까 싶지만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다른 성향이지만 서로를 좋아하면 얼마든지 그들에게 동화될 수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내게 없는 그들의 공상력을 높이 평가하고 무계획인 그들과 계획적인 나의 성향은 여행 다닐 때 꽤 좋은 타협점을 만들 수 있다. 그들이 요 며칠 몸이 좋지 않다 하니 매일 내 안부를 묻는다. 날이 더우니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며 보내준다. 무척 다정한 T들. INTP가 사랑하는 ESFJ 라는 말에 오늘 한번 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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