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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Oct 19. 2022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소설

내가 소설을 쓰는 과정은 아주 어이없다. 그냥 소재 하나가 생각나면, 그거에 맞게 주인공을 설정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쓰다가 정해진다. 자세한 설정은 글을 쓰기 전보다 오히려 글의 중반부까지 간 다음 설정하기 시작해 수정을 하는 편이다. 그러니, 결국 말하자면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다. 엉망진창으로.


1. 기어코 달팽이


달팽이 소재는 내가 어릴 적 민달팽이를 정말로 집 없는 달팽이라고 부른 일에서 따왔는데, 친구와 밥 먹으며 "집 하나 있는 게 너무 어려운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 집 없는 민달팽이가 생각났다. 나의 진짜 어릴 때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소라게를 5마리나 키웠으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민달팽이 특징에 대해 검색했고, 외투막이 더 두껍고 집이 없으니 스스로 더 튼튼하게 만들려는 특징이 마음에 들어 소재로 선택했다. 어쩌면 집 없는 우리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특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 소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역시, 마지막의 조카가 말하는 "이모는 민달팽이래요"인데, 이 대사를 제 3자에게 말하기 위해 주인공의 언니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중간에 조카가 민달팽이의 이름을 지으며, 언니의 아픔에 대한 문장을 살짝 흘렸다. 혹시나 나중에 주요 인물이 된다면 이곳이 복선이 되라는 마음에서. 나의 바람대로 두 번째 소설은 언니 영현에 대한 소설이 되었다.


2. 초록색 무지개


언니가 아이를 낳고 조리원을 퇴원해서 집에서 나머지 산후조리를 했다. 우리 모두 아이가 울 때 같이 울고 싶었다. 왜 갓난아이는 이토록 울기만 할까 의문을 가지게 했던 시간들이었다. 아이는 새벽에도 계속 울었고,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나 때문에 언니는 아이를 안고 공원을 계속 걸었다. 어두 컴컴한 그 밤에.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 생기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나는 내가 겪는 모든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겪는 모든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 소재를 골랐다.


영주에게 굳이 가족에 대한 결핍을 만든 것은, 이것 마저도 우리네 일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보다 자신의 배우자를 사랑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고. (예를 들면, 우리 아빠) 혼자가 된 영주가 이모의 집에서 살면서 느꼈을 사랑과 외로움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모두가 사랑을 준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부던한 노력과 사랑이 독이 되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 영주가 스스로 가족을 만들고, 또 하나의 생명을 잃으면서 느끼고, 그것을 혼자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견디면서 결국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것. 결국 영주에게 그제야,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은 내가 쓰면서 많이 바랐던 결말이기에 아마 내가 쓴 소설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결말이지 않나 싶다.



3. 그 자리에서


주위에 교직 생활을 오래한 분들을 많이 봐왔는데, 오히려 수많은 학생을 살피느라 본인의 자녀에게는 관심을 덜 쏟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가져온 소재다. 자식이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음에도, 눈치 채지 못하고 학교에서 수많은 학교 폭력에 관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고 싶어 민우를 학교폭력 피해자로 설정하였다. 이 설정을 다른 소설과 다르게 초반부터 해놨더니, 민우가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느라 며칠을 고민했다. 너무 어둡지도,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은 이유로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결말이 재미없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이런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도 돌아올 수 있는 것,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으면 알 수 있는 것. 마음에 묻어놓은 말을 건네고, 그 말의 의미를 포용하는 것.



 소설의 주인공들이 여있는 것은 우연이다. 처음부터 설정하지 않았고,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떤 인물을 하나의 주인공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응원한다. 그들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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