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맞벌이하셨기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할머니와 살았다. 할머니는 언제나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차려주셨고, 메뉴를 정하면 일주일 내내 같은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는 날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김치볶음밥은 매번 조금씩 다르게 뭔가가 맞지 않았다. 하루는 간이 너무 세서 식탁 위에 바다가 펼쳐진 듯했다. 밥알이 간이 너무 짜서 혀끝이 아렸다.
- 할머니 밥이 너무 짜요.
- 김칫국물을 많이 넣었는가?
내가 의견을 제시하면,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는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셨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일쑤였다. 김치볶음밥이 조금 더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을 원했지만, 할머니의 요리는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법이었다.
- 할머니 밥이 너무 싱거워요.
- 짜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밍밍한가?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부엌으로 가셔서, 마치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조리법을 다시 바꾸셨다. 간이 맞을 때쯤이면, 식탁 위에는 다른 메뉴가 나타났다. 나는 할머니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주시려는 마음을 느꼈다. 간을 맞추려고 애쓰는 할머니의 손끝에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할머니를 찾아뵈면 여전히 그 소박한 손길에 애정이 가득 느껴진다.
- 밥 잘 챙겨 먹고 아프지 마라.
이제는 그 모든 음식이 단순히 밥이 아니라,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것임을 알게 되었다. 부조화와 실수 속에서도, 할머니가 나에게 주신 것은 언제나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