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는

by 창운

이별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지난날의 기억이 때론 추억으로 미화되어 헤어날 수 없는 깊은 과거로 데려가 나를 그곳에 멈추게 한다.


우리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어긋났지만, 함께 보낸 시간은 여전히 소중하다. 그래서 가끔 지인들에게 네 소식을 전해 듣곤 한다. 우리는 이제 길거리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더 멀어진 사이지만, 네가 아프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밀려온다.


미안함에 내게 먼저 말을 꺼낸 네 용기를 몰랐던 채, 나는 화에 휩쓸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며칠을, 몇 달을, 몇 년을 모든 잘못이 네게 있었다고 확신했으나, 오랜 시간 꽁해있던 나도 잘한 거 하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내 선택은 변치 않을 것이고, 너도 다를 바 없겠지만, 그럼에도 네 생각이 드는 날이면 그리움이 스며든다. 앞으로도 마주칠 일 없을 테고 마주친 데도 서로 두 눈 질끈 감고 모른 채 지나가겠지.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하니,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서로를 잊고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서로의 존재를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이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나, 언젠가는 우리가 각자의 삶 속에서 타인의 존재로 기억될지라도, 그 시절 우리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흐르면 맑고 깊어지는 물처럼,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누었던 시간은 더욱 고요하고 빛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