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유언

바람의 기척

by 김철수

이유야 여러가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난무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 때문이었다.


부처님의 유언이라는 컨텐츠를 처음 보게 된 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기업의 동영상 사이트에서 였다.(야동 사이트 아님) 외우기는 긴 구절이었는데, 그 중 두 구절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내가 삶을 대하고자 하는 모습과 일치했던 탓에 더욱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처님의 유언'을 검색 해 보았다. '정말 돌아가시기 전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한건가?'라는 의문이 들 만큼 많은 유언들이 나왔다. 유언은 보통 짧지 않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 라던지, '화장실 예절은 문화인의 긍지.' 라던지 말이다. 슬하에 자식이 많은 경우에는 유산 분배에 대한 말을 유언으로 남기기도 하겠지...


어쨌든 난무하는 정보들의 진위를 가리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 인것 같아서 '부처님의 유언'에 대한 대표 도서를 구매했다. X풍문고에서 새 책을 주문했으나, 몇일 후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주문이 반려되어 알라X에서 개인 중고책을 주문했다. 쓸데없는 책욕심을 가진 탓에 일부러 최상급을 거의 새책 가격에 구입했는데, 줄 그어져 있고 별표가 난무한데다가 마지막 장에는 '2016년 12월 26일 한번 읽어냄'이라고 씌여있다. 포인트로 줄을 그은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일반인이 납득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아마도 전 주인은 걸사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읽어냄'이라...

'읽다'와 '내다'를 합친 말이겠지?

~내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스스로의 힘으로 끝내 이루어짐을 나타내는 말. 주로 그 행동이 힘든 과정임을 보일 때 쓴다. 즉, '읽어냄', '읽어내다' 라는 것은 읽는 것이 힘든 과정이었으며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어렵게 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픔에 곡기를 끊은 사람은 먹어낸 것에 의미를 둔다. 수학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수학 문제를 풀어낸 것에 의미를 두고,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은 참은 것에 의미를 둔다. 그들은 각각 '먹어냄', '풀어냄', '참아냄' 혹은 '견뎌냄'이라는 말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표현과 함께 그것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에 대해 자위한다. 사실 읽어냄 이라는 건 본인이 무언가를 읽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나 처럼 완전히 삐뚤어진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다. 게다가 부푼 마음을 안고 최상급의 책을 구입했는데 '기다린다.' 따위의 아무 의미없는 구절에 빨간 줄이 정신없이 그어진 것을 본다면, 전 주인과 판매자에 대한 원망 탓에 심각하지도 않은 이런 문제 같지도 않은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다.


책의 외관에 대한 불평은 이 정도만 하고... 책은 술술 읽혔다. 읽는데 네시간이면 충분했다. 가끔 빨간 줄 탓에 줄이 그어져있지 않은 문장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읽다가 휴대폰을 열어 단어를 찾아본다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책은 공파 스님이 쓴 책이다. 나는 석가모니의 유언이 '주'를 이루는 줄 알았는데, 유언 한두구절에 대한 공파 스님의 배움과 생각을 쓴 책이었다. 따라서 나와 같은 속세의 중생들이 읽었을 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부처님의 유언으로 책을 한번 써봐야지. 뜬구름 잡는 얘기 말고 유치원 벽에 붙어있는 종이로 만든 구름처럼 잡을 수 있는 얘기들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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