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책 속 세계가 나의 피난처였던 시절은 그렇게 지나갔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는 현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서는 뭐든 가능했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공부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책으로부터 도망가는 겁쟁이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인정해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공부도, 운동도, 미술도, 음악도.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나는 뭐 잘하는 것 같아?
내 장점이 뭐야?”
친구들은 말했다.
“너, 착하잖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착하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는 걸.
착함은 직업이 되지 못한다는 걸.
그 후로 나는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책도 펼치지 않았다.
책에 빠지는 순간
현실에서 더 멀어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 속 세계를 좋아했던 나는
이제 그 세계가 두려워졌다.
나는 어릴 때 책이나 애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다.
주인공처럼 똑똑하고,
시련이 와도 이겨내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는 삶을 꿈꿨다.
잘 살고 싶었다.
돈도 잘 벌고, 누구에게나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꿈과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실전에 너무 약했다.
너무 긴장해서,
잘하던 것도 까먹고
손이 덜덜 떨렸다.
나도 실전에 강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누구도 과정 따위는 봐주지 않았다.
내 노력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나는 좌절했다.
아무도 내 노력을 알아봐 주지 않았고
내가 쌓은 것들은
물거품처럼 흩어졌다.
그렇다고 좌절한 채 멈춰 있을 순 없었다.
나는 살아야 했으니까.
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