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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ug 04. 2024

함백산야생화축제

체감온도 10도나 낮은 한여름밤의 시원함

만항재 1일 차 (8월 2일 금요일)


안개에 싸인 강원도 정선 만항재입니다. 해발 1330m의 높이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고개의 신비한 아침 풍경입니다.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천상의 화원은 오므렸던 꽃을 다시 피울 준비를 합니다. 신비한 기운을 느끼며  안갯속으로 들어가면 꿈속의 왕국으로 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으슬으슬 오싹하기까지 합니다. 차박을 떠나기 전 구입했던 usb선풍기는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샌드위치로

배고픔을 달랬습니다. 저녁을 안 먹은 남편이 내가 일어나자마자 빵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그사이

앞쪽 뒤쪽 계시던 분들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대구서 오신 분들인데 어제저녁 늦게 까지 남편과 이야기를 했던 분입니다. 부부 두 분 다 후덕한 인상이며 말씀도 곱게 하십니다. 차박을 하는 분들이니 언젠가 만날 날 있으리라 생각하며 우리 밴드도 알려드렸습니다.


세수하러 가는 길

안개는 걷혔습니다. 그래도 아침 기온은 서늘합니다.

세수를 2.5km 떨어진 혜선사 앞까지 갔다 오자 말합니다. 산책하고 세수하고 일석 2조이니까요.

남편은

배낭 메고 스틱까지 짚고 갑니다.

나는 맨몸으로 사뿐사뿐 갑니다.

산책하기 최적화된 길 기분 좋은 산책길입니다.

길동무도 만났습니다. 걷기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산이야기를 하니 말이 잘 통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한달살이를 하며 주변의 산은 다 다니 신다 합니다. 명산 이름이 안 붙은 좋은 산도 많다 하십니다. 우리 생각과 같습니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자전거 탄 사람을 만나면 엄지 척해주고 파이팅을 외칩니다. 젊은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이 왜 그리 예쁜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시원함은 우리의 몫

열심히 걸은 자 그 복을 누릴지어다.

찬물에 세수하고 발 씻고 머리까지 감고 시원함에 행복했습니다. 식수로는 쓸 수 없어 길가는 이들 손 씻고 가라고 세수하라고 만들어 놓은 듯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좀 다릅니다. 강원도의 태양도 작열합니다. 땅에서 더운 김은 올라오지 않지만 오르막을 걸으니 땀이 흐릅니다. 줄줄 흐릅니다. 그래도 그늘이 있어 다행이긴 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다행이긴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는 지금도 시원할 겁니다.


2.5km가 아니야

아라리고갯길(만항재)

3.9km네. 왕복 7.8km

갈 때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땀도 나고 다리도 아픕니다. 앞서 저 멀리 걷는 남편이 기다리니 나는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어 숨만 고르고 오릅니다.


도착 시간 11시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내일은 좀 더 일찍 나서야지

그래도 8km 산책을 했으니 오늘 운동은 끝


산상음악회


12시 30분 기타를 들고 한 남성분이 올라왔습니다. 자기 이름이 주대발이라네요. 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목소리도 좋고 코믹합니다.

한낮이지만 숲 속은 견딜만해요. 이때 선풍기를 들고 와야 했어요. 그런데 차속에 모셔두고 쓰지 못할 것 같네요.

미성의 남성분과 베이스기타의 여성분으로 구성된 그룹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 연령대에겐 최고의 무대이지요.


삼포로 가는 길의 가수 강은철 씨

천상 가수다. 이렇게 노래 잘할 줄 몰랐습니다.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감성을 울리며 팝송과 가요를 불러줍니다. 노래에 푹 빠져 나를 잊을 정도입니다. 분위기에 매료됩니다.


신이 나서 일어나 비스듬한 자세로 춤추는 남편 '쪼~~~옴'


사진도 찍었습니다. 감사해요. 강은철 가수님

음악회 분위기 좋고 좋고


이 남자분은 스태프인지 알았는데 그룹이시네요. 입담이 좋아요. 비주얼담당이라는데 관객들이 웃지요. 여자 가수분은 너무 노래를 잘해요. 이분들은 관객에게 주는 선물을 준비하셨는데요. 우리 부부가 호응이 좋다고 제일 먼저 주셨어요.


무대로 올라와야 된다는데 좀 높았어요. 못 올라간다고 하니 선물을 안 준대요. 그래서 힘내서  무대로 올라가 보았어요. 높지만 올라가지더라고요. 선물 받을 욕심에 올랐는데 아직 저 정도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네요. 선물은 파스인데 40매나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무대의 감독인 박대우 씨도 가수인데 '함백산으로 오라', '이름꽃 '등 노래가 몇 곡 유튜브에 있습니다. 무대를 잘 기획합니다. 노래는 잘하나 무대가 많이 없는 실력파 분들을 초청하시나 봐요. 정말 실력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가 전국 축제를 다니지만 이렇게 찬 무대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시원한 숲 속에서 보내는 즐거운 오후입니다.



함백산의 풍류 말과 멋 강기희를 기억하며


오후 5시 특별한 무대가 있었습니다.

강기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란 주제의 사람들이 시를 낭송하고 시토크를 하는 무대였습니다.


저는 강기희 시인을 모릅니다.  박남준, 송승근, 이원규시인도 잘 모릅니다.  문경새재시낭송대회에서 들은 '달빛을 깨물다'란 시를 쓰신 이원규시인은 지리산시인이란 것만 알지요.

저는 시를 좋아하기에 기대를 갖고 기다렸습니다. 남편은 제가 시낭송을 하는 것에 싫증을 느꼈기에 시를 싫어할 술 알았는데 옆에서 듣고 박수를 치고 함께 해주고 있었습니다.


강기희 시인은 정선의 덕산기란 곳에서 책방을 하며 사셨는데 작년에 돌아가셨다 하네요.

친필사인이 된 강기희의 겨울동화란 책을 받았습니다. 앞부분을 읽어보니 산골책방과 도깨비왕국이야기가 나옵니다. 도깨비 왕국에 싸움이 나서 물리치고 평화를 찾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본인이 사시던 산골 책방의 풍경과 도깨비 계곡의 이야기를 엮으신 것 같네요.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낭송가분들이 강기희 시를 낭송했고 가수들의 노래도 있었어요.


우리는 진지한 자세로 임합니다.


그리고 시인들의 시낭송이 있었습니다. 시인들도 시낭송을 너무 잘하시는군요.


1편씩 들아가면서 낭송했고 신승근 시인은 정선에 이원규시인은 광양 매화마을에 박남준 시인은 지리산에 사시면서 자연과 동화되는 생활 모습을 이야기했고


두 편의 시를 낭독하고 시에 대한 창작배경과 시인의 철학을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이야기에 빠져 듣고 있는데 남편이 옆에 없었어요. 난 남편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해 있었어요.


다 끝나고 차로 돌아오니 남편은 추워서 못 견디고 돌아왔다더군요.


5시에 시작한 토크쇼는 7시가 넘어서 끝이 났고 그 사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춥기는 했어요.

만항재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행복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구독자님

감사합니다.

시원한 기운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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