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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Oct 17. 2024

빨간 문패 우체통

농협조합원집에 설치


우리 마을의 우체통은 참 오래되었다. 없는 것보다 못하다. 보기도 싫고 열기도 싫다. 센스쟁이 집배원들도 우편물들을 우체통에 넣지 않고 대문 위에 올려 주신다. 바꿔야 되나, 어디서 바꾸나?


우체국에 가면 우체통을 판다고 한다. 10000원 정도 한다고 들었다. 우체통 사러 간다고 생각한 지 벌써 5개월째다.


3박 4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왠지 골목이 달라 보였다. 골목이 환하다.


무엇 때문이지?

눈썰미 좋은 남편이 금방 알아챈다.

집집마다 빨간 지붕의 예쁜 우체통이

달려 있었다.


순간 가슴이 설렌다. 유자축제한다고 동네 환경정비하는가 싶어 참 감사하다.


우리 집 앞에 왔다.

그런데


그대로다.

실망감

상실감이

몰려온다.


우체국에서 우체통을 판다고 했는데 주문을 받아 바꾸었나 짐작한다.

우리가

집에 없어 빠뜨렸나 생각하고 우체국에 문의했다. 우체국에서는 그런 사업을 한 적이 없고 이층에서 우체통을 팔기는 한다고 한다. 우체국에서. 설치했으리라는 내 생각과 설치한 적 없다는 우체국 직원의 말은 평행선을 달리다 전화를 끊었다.


그럼 어떻게 된 일인가?

이장님에게 문의하니 농협에서 조합원들 집에 달아준 것이라 한다.


조합원이 아니니까 우리 집은 그대로이다.


우리 것은 어쩌나?

이장님께 물어보니 조합원이 아닌 집은 25 가구 중 4 가구이라고 한다. 농협에 문의해 보겠다 하더니  49000원이라는 원가로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이 후들후들

온라인쇼핑몰에서 가격을 보면 고가다. 조합원집이라 좋은 것을 달아주었나 싶다.

사진에는 문패를 지웠지만 문패우체통이다.

농협에서는 조합원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것은 이해한다.


우체국에서는 10000원에 판매한다고 했는데......

지금 달려있는 것의 새  버전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세집이다. 귀촌한 지 2년도 안되었고 여행을 하려면 우리나라의 가운데 지점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 문패에 오만 원 정도 투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우체국에 있는 10000원짜리를 달까?

이건 지금 있는 우체통에 정이 떨어져 달기가 싫다.

금방 녹이 슬어버리겠지?

우체국에서 판매하면서 싸지만 좀 더 튼튼한 것을 만들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찾은 가성기 우체통이다. 18800원짜리를 살까?

이 위에다 A4용지에 우리의 특별한 디자인을 만든 우리의 문패를 프린트하고 코팅을 하여 붙이면 될 것 같다.


우체통으로 골목이 바뀌니  기분은 좋다. 우리 집까지 바꾸면 좋겠는데......


농협에서 구입하는 것은 포기

그러면 나머지

1. 우체국 10000원짜리를 사나?

2. 온라인쇼핑몰 18000원짜리를 사나?

3. 그대로 두나?


작은 투자라. 바꾸어달면 기분은 상쾌할 것 같고  

돈 아까워 안 하면 볼 때마다 기분이 찝찔할 것 같고


내 생각은 2번이고 남편 생각은 3번인 것 같다.


이럴 때는 귀촌인의 외로움 같은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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