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우대 매표에 대한 기억
태백의 대덕산 등산을 마치고 남편이 영월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작년 여행 때 장릉에서의 하루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가을쯤 월간지 투고하는 여행기를 쓰기 위해 선택한 곳이 영월이었습니다. 별마로 천문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려 좋은 글을 쓰려했습니다. 별마로 천문대에서 차박을 하면서 넓은 들 저쪽으로 떨어지는 일몰의 광경이 특별했고 밤에는 총총히 뜬 별을 보았고 새벽에는 운해를 바라보았고 일출의 광활한 광경도 보았습니다. 그 광경을 되살려보고 싶었지만 봉래산 모노레일과 전망대 공사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어 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버스 타고 별마로천문대 천문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나 구름이 끼어 별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종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글을 쓰려고 청령포, 장릉, 관풍헌을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첫 관광지가 청령포에 갔는데 매표소 직원이 응대 태도가 황당했습니다. 남편이 65세에 드는 해이라서 경로우대권 발급이 되느냐의 질문에 우리는 생일을 기준으로 합니다라는 말만 하면 될 것을 기분 나쁘게 말했습니다.
어떤 관광지는 생년으로 계산하기에 생일이 지나지 않아도 인정해 줍니다. 어떤 곳은 만 70세 이상되어야 경로우대인 곳도 있습니다. 입장권이 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곳도 많습니다. 전국 관광을 하는 우리에게는 경험이 많지요. 남편은 11월 생일이고 만 65세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1개월이 남았습니다.
그날, 별마로천문대를 예약했는데 그곳은 경로우대가 적용되었습니다.조금전 어떤 여자 분과도 실랑이를 하던데 남편처럼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59년생인 것 같았습니다. 아주 나뿐 기분으로 입장료를 내고 청령포로 가는 배를 탔어요.
참 뒤끝이 매섭습니다. 올해는 청령포는 갈 생각도 안 합니다. 그 직원이 매표소를 지키고 있지도 않을 텐데요. 그러나 장릉은 달랐습니다. 약간의 상처를 입고 갔는데 이곳에서는 경로우대를 적용해 주었습니다. 공손한 직원들의 태도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참 따뜻했습니다.
장릉에 들어가니 마침 장릉 낮도깨비 공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마당극인데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어요. 흥겨운 농악소리와 낮도깨비들이 주는 웃음, 단종과 정순 왕후의 연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음향도 좋았고 이야기의 줄거리도 탄탄했습니다. 배우들과 사진도 찍고 영월군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글도 올렸습니다. 단종을 지켜주는 낮도깨비와 영월사람들의 충절도 느껴졌고 단종은 그리 외로운 분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홍살문 쪽으로 향하는데 국가유산청에서 주관하는 강연과 국악인 듀엣의 퓨전 국악 공연도 있었습니다. 지금 강사 이름을 잊었는데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도 가끔 나오시는.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장릉을 돌아보니 감동이 달랐습니다.
장릉입니다. 엄흥도가 아들들과 함께 단종의 시신을 몰래 묻을 좋은 장소를 찾으려고 가던 중 잠시 쉬게 된 장소에서 노루가 앉아 있었다 합니다. 쉬었다가 지게를 다시 지려고 했는데 지게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그곳에 묻었는데 이곳 장릉이라 합니다. 노루가 알려준 자리라 하여 장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제사를 지내는 곳인 丁字閣(정자각)은 지붕모양이 丁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위쪽에서 보니 이해가 갑니다.
어디 가나 사람들의 소원을 비는 돌들이 가득합니다. 단종과 정순왕후께서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매우 바쁘실 것 같습니다.
정순왕후의 사릉에서 옮겨왔다는 정령송입니다.
이번 여행은 검룡소와 대덕산 관광이었는데 좋은 기억을 가졌던 장릉을 돌아보고 싶어 들렀습니다.
평일이라 탐방객은 별로 없지만 구석구석 들은 설명도 있고 신록에 싸인 숲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는 길에 청령포가 보였지만 아직은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 직원이 매표소에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청령포 또한 신록이 보기 좋을 텐데 왜 마음이 끌리지 않을까요?
뒤끝이 세서일까요? 말 한마디가 나쁜 기억과 좋은 추억을 남깁니다. 그래도 더하기 빼기를 하면 영월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전국여행을 하며 온갖 매표소와 관광안내소를 다 경험합니다. 외국의 관광안내소까지 경험한 사람이 많습니다.
매표소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나보다 모른다 생각 말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 경로우대 할인은 꼭 받을 필요는 없는데요. 또 안 받으려니 좀......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확실한 경로가 되었고 할인은 다 받고 다닙니다. 아직 저는 3년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