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여행의 로망을 안고 올란도에서 스타렉스 3밴으로 차를 바꿨을 때만 해도, 우리 부부의 앞날은 탄탄대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72일간의 일본 로드트립을 계획하던 중, 스타렉스는 구조 변경 없이는 일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캠핑카나 승용차만 '일시 수출' 개념으로 입국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100만 원이나 하는 구조 변경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시간도 촉박했습니다.
결국, 차박용으로 쓰다 이제는 승용차가 된 올란도와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낮은 천장 탓에 첫 한 달은 허리 한번 제대로 펴기 힘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몸은 이내 적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올란도는 둘이 누워도 공간이 남을 만큼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었죠.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딱 10cm만 더 높았더라면…" 하는 바람은 여행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차박 여행자들은 경차, 캠핑카, 대형차 등 다양한 차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특히 노란색 번호판을 단 경차들의 높은 천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부분 DIY로 꾸며져 저마다 개성이 넘쳤고, 실용성을 우선으로 한 차들에서 그들의 삶의 지혜가 느껴졌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남편은 일본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스타렉스 침상을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기성품 키트를 사자고 했지만, 남편의 의욕을 꺾을 수 없었죠. "그래, 한번 해보자!" 결심이 무섭게,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장비도 없이 톱으로 각목을 자르니 미세한 오차가 발생했고, 각목은 삐걱거리며 흔들렸습니다. 그래도 180×60×30cm 크기의 받침대 두 개를 이틀 만에 완성하고 남편은 감격에 겨워 "내가 너무 대견해서 눈물이 난다"고 뿌듯해했습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계속해서 보강 작업에 매달ㄹㅂ니다.
다음은 합판이었습니다. 가벼운 1.2t 600×600 스피드랙 합판을 주문했는데, 배송 조회를 해도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택배 회사에 전화해 겨우 다음 날 밤 9시가 되어 받았는데, 주문한 6개 중 단 하나만 도착했지 뭐예요. 허탈한 마음에 쿠팡에 항의했지만, "밤 10시까지 연락 주겠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주말을 앞두고 기다릴 수 없어 로켓배송 상품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이틀 뒤에야 배송된 합판은 묵직하고 무늬도 예뻤습니다.
직접 만든 침상 위에 합판을 올리고 자충매트까지 깔아보니 높이가 딱 36cm!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했지만, 앉을 수는 있으니 다행이었죠. 이제 앞쪽에 플라스틱 옷장을, 그 옆에 커피를 끓일 캠핑 박스를 놓을 계획입니다. 뒷집 어르신이 보시더니 "참말로 좋구먼!"이라며 감탄하셨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차박 팁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분은 곡면 때문에 제작이 어려운 침상 옆 공간입니다. 옷장을 놓으면 10cm 정도의 틈이 생기고, 뒤쪽 문으로 타는 것도 불가능해져서 남편은 사다리를 사자고 합니다.
편한 길을 버리고 고생길로 접어들었지만, 이 무모한 도전 덕분에 스타렉스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의 캠핑카는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