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만 원 견적을 90만 원의 기적으로 바꾼 스타렉스 구변 도전기
도전을 통한 성취감 기르기
은퇴 후, 남편과 함께 낯선 곳에서 눈을 뜨는 차박 여행은 우리 부부의 삶에 가장 큰 활력소입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의 평온한 시간을 뒤로하고 돌아온 일상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기분 좋은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은퇴 후의 새로운 도전은 어떨까?”
그 질문의 끝에 만난 과제는, 과거에 두 번이나 시도했다가 끝내 포기했던 ‘스타렉스 셀프 구조변경’이었습니다.
1. 남편의 ‘애착 각목’과 나의 ‘불편한 하룻밤’
사실 우리 집 스타렉스 안에는 남편이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든 각목 침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애착과는 별개로, 그 안에서의 불편함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죠. 설계의 미세한 오차 때문인지 내 쪽 머리 방향이 아주 살짝 낮았습니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0.5도의 차이가 차박지에서는 밤새 뒤척이는 원인이 되었고, 침상 깊숙이 박힌 옷가지 하나를 꺼내려해도 매번 곡예를 하듯 힘을 써야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우리의 꿈인 ‘일본 차박 여행’을 위해서는 화물 밴이 아닌 정식 캠핑카 등록이 필수였습니다. 일본은 화물차 형태로는 캠핑 목적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란도 승용차로 떠났던 첫 번째 일본 여행의 좁고 고달팠던 기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정식 캠핑카’라는 통행증이 필요했습니다.
2. 500만 원의 벽, 그리고 당근마켓의 기적
처음에는 전문가의 손을 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주행충전기 설치까지 포함하자 첫 업체는 500만 원이라는 거대한 견적을 내놓았고, 두 번째 업체도 280만 원을 불렀습니다. 세 번째 업체는 야속하게도 폐업 소식을 전해왔죠. 남편은 "그냥 이 각목 침상을 계속 쓰자"며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포기하려던 찰나, 기적처럼 당근마켓에서 이웃 마을 분이 올린 자작나무 침상 키트를 발견했습니다. 단돈 30만 원(네고의 마법!)에 우리 예산을 구원해 줄 키트를 구한 것입니다. 여기에 이케아 슬림 신발장 8개를 좌우 벽면에 고정해 넉넉한 측면장을 만들고, 소화기와 가스경보기까지 갖추니 비로소 캠핑카의 형색이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3. 숫자라는 장벽 앞에 다시 서다
이제 남은 관문은 가장 어렵다는 ‘셀프 구조변경’입니다. 과거의 저를 좌절시켰던 것은 복잡한 도면과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치들, 그리고 공인측량소에서 차의 중량을 측정해야 하는 산술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그 숫자들 앞에 저는 두 번이나 뒷걸음질 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실패했던 어제의 내가 아니라, 성취의 기쁨을 아는 오늘의 내가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 침상 키트: 30만 원
* 안전 검사비: 10만 원 내외
* 정당하게 내야 할 세금: 50만 원 내외
총액 90만 원. 업체 견적의 5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으로 정식 캠핑카를 갖겠다는 구체적인 지도도 그렸습니다.
4.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한다
앞으로 두 달. 교통안전공단 사이버 검사소에 서류를 제출하고 최종 검사를 받기까지 치열한 대장정이 펼쳐질 것입니다. 아직 서류 뭉치는 비어 있고 도면은 머릿속에만 있지만, 하나씩 채워나갈 계획을 세우는 지금 이 순간 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어려운 일을 스스로 성취해 내는 과정은 결국 나를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길임을 믿습니다. 복잡한 계산 끝에 얻어낸 소중한 수치들은 이제 장벽이 아니라, 일본의 낯선 풍경 속으로 우리 부부를 인도해 줄 ‘약속’이 될 것입니다.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이 주문을 외우며 다시 줄자를 듭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향한 이 여정이, 은퇴 후의 삶을 가장 빛나게 할 자신감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