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것 두알을 가지고 배달을 왔다.
거실에는 규칙적인 뜨개바늘 소리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었다. 며칠 전 동생의 승진 축하연에서 먹은 굴이 화근이었는지, 밤새 앓던 딸아이는 초췌한 얼굴로 병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그때, 정적을 깨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사람은 간데없고, 현관 앞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배달원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 작은 걸 배달까지 하나?' 의아한 마음으로 들어 올린 봉투 한쪽에는 **'12,000원'**이라는 선명한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고 지친 기색으로 들어오던 딸아이가 그 조그만 봉투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가에 '피식' 하고 짧은 웃음이 걸린다. 보지 않아도 보낸 이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듯, 그 웃음 한 자락에 아픈 기색이 잠시 가신다.
근무 중이라 직접 올 수 없었던 남자친구가 보낸 깜짝 배달이었다. 지난번 딸이 아팠을 때는 죽을 사 들고 한걸음에 달려오더니, 오늘은 멀리서나마 이 작은 봉투에 마음을 실어 보낸 모양이다. 참으로 정다운 녀석이다. 봉투를 여니 경단만 한 동그란 쿠키 두 알이 수줍게 들어 있었다.
"엄마, 이게 요즘 제일 귀하다는 두바이 쿠키래. 하나는 엄마 먹으라고 같이 보냈대."
한 알에 6,000원꼴인 셈이다. 내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것이 국밥 한 그릇 가격이라니, 요즘 젊은이들의 물가는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딸아이 말로는 재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만드는 공정도 워낙 복잡해서, 줄을 서더라도 다들 감질나게 딱 두어 개 정도만 사 가는 귀물(貴物)이란다.
딸과 마주 앉아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술에 닿는 겉면은 마치 찰떡처럼 촉촉하고 쫀득한데, 속은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아삭!' 하고 경쾌한 소리가 터지며, 잘게 부순 설탕 결정이나 얇은 얼음 과자를 깨무는 듯한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맛은 혀가 아릴 만큼 자극적인 단맛이 아니라, 달지 않은 설탕을 머금은 듯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고소함이 전해졌다.
참으로 특이하고 묘한 맛이었지만, 역시 내 입맛에는 딱 한 알이 적당했다. 그 진하고 묵직한 풍미 때문인지, 아니면 하나에 담긴 정성이 너무 무거워서인지 그 이상은 욕심이 나지 않았다. 남들도 이 귀한 것을 많이 사지 않는 이유가 그저 구하기 힘들어서만은 아닐 터다. 딱 한 알의 여운이 가장 맛있는 법이니까.
나는 그 한 알의 맛을 음미하며 다시 뜨개바늘을 잡았다. 12,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작은 봉투는 비워졌지만, 거실에는 그보다 훨씬 비싼 온기가 감돌았다.
아픈 여자친구를 웃게 만든 남자친구의 마음 한 알, 그리고 엄마의 입맛까지 배려한 그 예쁜 진심 한 알.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은 참으로 비싸고도 귀엽다. 뜨개바늘 끝에 걸린 털실 뭉치가 오늘따라 유난히 부드럽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