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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y 11. 2024

고흥에 머물다-유자나무 가지치기

초보는 어려워

우리 부부는 고흥에서  월세로 거주합니다. 현재 10개월째입니다. 그 집을 찾았을 때 텃밭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 텃밭에는 유자나무가 5그루 있었답니다. 유자나무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초보텃밭농부에게는 아무런 농기구가 없었지요. 호미 사고 낫 사고 괭이 사고

퇴비 사러 농협에 갔더니 20평 정도 텃밭이라 했더니 밭장만이라는 비료를 사용하라 했습니다.

양배추, 쪽파, 상추를 길러 먹었고 직접 기른 것에 대한 기쁨에 텃밭이 힐링의 장소가 되었어요.


반면 유자나무는 그냥 두면 안 되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약도 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유자나무엔 작은 열매가 달려있었어요. 그대로 두면 '잘 커겠지?' 생각했는데 녹색빛이 아주 진해지더니 검은색 가까이 되었지요. 결국 유자가 익었을 때 노란빛을 지 못했답니다. 다른 집 유자는 샛노란데 우리 집 유자는 전혀 예쁘지 않았어요. 따서 버리기만 힘들었답니다. 다음 해는 잘 가꾸어 보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났어요. 봄이 되니 상록수인 유자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버렸어요. 다른 집 나무들은 상록수인데 우리 집 나무는 아랫부분에만 잎이 달려있고 윗부분은 활엽수가 되어 있었어요.

3월 초에  퇴비 2포씩 10포대를 주었어요. 그리고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장비가 없었어요. 남편이 가지고 있는 실톱으로는 가지하나 르기가 힘들었어요.  일꾼을 부르자니 인건비가 걱정이 되고 남편이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맡겼는데 몇 개 자르고 다되었다는 거예요.

가시투성이인 유자나무를 육십 대 중반의 나이인 남편에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유자나무 새잎이 나기 시작했어요. 고운 잎들이 나는데 충격적인 일이 생겼어요. 가지들의 반쯤은 잎이 나지 않는 거예요.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사다리 놓고 가지 잘라라는 말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일당 이십오만 원의 기술자는 흘수도 없고  남편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요. 다른 집도 여자분들이 전정하던데 직접 해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그럼 전기톱을 하나 사자. 생각을 하게 되었고

쿠팡에서 4만 2천원짜리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만 원짜리 일반톱도 하나 샀어요. 또 절단면에 바르는 도포제도 8천 원에 샀어요.

전기톱 체결을 거꾸로 하여 잘 안되었어요. 그래서 일반톱으로 전지를 했는데 실톱보다는 훨씬 좋았지요. 자른 가지는 제가 가시를 자르고 덜 위험한 상태로 만들어 보관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전지가위도  날이 무뎌져서 팔목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조금씩 가지치기를 하였지만 오늘 아침까지   잎이 없는 나지 않은 가지들로 가득합니다. 동네분들은 지나가며 혀를 끌끌 찹니다. 가지치기를 할 마음은 있는데 어쩔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릅니다.


그런 도중 비가 왔고 비 안 오는 날은. 잡지사 원고를 쓰기 위해 3박 3일 진도 울듀목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전기톱을 다시 조립했습니다.

그리고 전지 작업을 합니다. 드르륵 나뭇가지가 잘립니다. 이제까지 그만 되었다고 하던 남편은  마른 가지를 찾아내어가며. 전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지치기를 끝냈습니다.


가지치기한 나무를 쌓아둘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날카로운 가시들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굵은 가지들은 따로 보관합니다. 전정가위로 하는데 작년에 쓰던 전정가위는 녹이 슬고 날이 무뎌져 작업이 힘듭니다. 남편은 무딘 전정가위를 쓰는 제가 안되었는지 새 전정가위를 사러 가자고 합니다. 농협으로 갔습니다.

전정가워, 고지가위날 고춧대 한 3만 오천원정도 예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전정가워가 4만 원대가 되어야 쓸만하다고 합니다. 고지가위는 완제품은 7만 8천 원, 가위날만사면 3만 5천 원입니다. 당황합니다.

고지가위는 일단 포기하고 전정가위와 고춧대만 사가지고 왔습니다. 고춧대는 37500원입니다.

장비가 바뀌니 일이 수월해지네요. 역시 장비빨.

 나뭇가지파쇄기가 있다면 더 쉬운 일입니다만 그것까지 살 수는 없습니다.

하루 종일 가지치기한 나무를 정리합니다. 손가락이 얼얼합니다.


잘린 가지에는 도포제를 정성스럽게 발라주었고 잘

라기를 기원합니다. 무지한 관리인이 너희를 고생하게 하는구나 하며 미안함도 표현합니다.


이제는 농약을 뿌려 주는 일이 남았습니다. 농약 분무기도 하나 샀습니다. 4만 원이랍니다. 농약값도 들어갈 테고 퇴비값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인건비.

유자수확을 하면 수입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우리는 마당에 예쁜 유자가 달리는 것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나무도 튼튼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실 수가 있는 정언 그것 공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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