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69코스는 고흥 도화면소재지에서 천등산 임도를 걸어 천등산 철쭉공원까지 올랐다가 풍양면 천등마을을 거쳐 백석마을까지 가는 16km의 길입니다.이코스는 바다를 끼고 걷지 않고 명산 100,+인 천등산을 오릅니다.
도화면소재지는 높은 건물이 없으면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면소재지를 벗어나면 신호리인데 정다운 시골마을과 들판이 나타납니다.
지나가다 평상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 두 분을 만났습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셔서 천등산 너머 백석마을까지 간다고 하니
"거기는 차 타고 가야지 사람이 걸어서 가는 곳이 아니여."
"네,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겠습니다."
아주 힘든 길이 될 것 같아 긴장합니다.
3km 논길을 걷다 보니 이곳에는 각종 나물들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취나물도 있고 방풍나물도 있습니다.
임도로 접어듭니다. 서서히 고도를 올려가서 크게 부담스러운 길은 아닙니다.
인가도 없는 포장도로 평범한 길을 4.5km 걸어서 오릅니다.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닙니다.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오르는 길은 지그재그로 닦여진 임도라 좀 지겹기는 합니다. 남편은 앞서가다 기다리다를 반복하고 저는 묵묵히 꾸준히 걸어 올라갑니다.
드디어 철쭉 공원에 올랐습니다. 천등산정상까지는 1km가량 남았습니다.그러나 오늘은 정상에 오르지는 않습니다.
철쭉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품 안으로 들어옵니다. 정상은 아니지만 전망이 툭 터져 좋습니다.
작년이었던가 천등산 등산하러 왔다가 95세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계시면서 세상의 회환을 다 느끼시는 듯했습니다.
"내가 지금은 아파서 내 발로는 꼼짝도 못 하는데 딸이 여기로 데려다주었다오. 저기 보이는 팔영산도 젊었을 때 많이 올라 다녔는데 지금은 어림없다오. 여기 올라 쳐다보기만 해도 이렇게 좋아요. 지금은 여기 오는 것도 자식이 차로 데려다주지 않으면 못 온다오. 팔영산을 몇 번이나 더 볼는지?"
임도가 있어 걸어오지 못하는 분들도 이곳에 올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어르신이 앉아있던 그 자리로 눈이 갑니다. 아직 건강하게 생존해 계실는지요.
사진으로는 팔영산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눈으로 보면 잘 보입니다.
여기에서 쉬며 커피도 한잔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오른쪽발목이 우리한 느낌이 많았어요. 물파스를 뿌리고 양말을 갈아 신었어요.
아주 지기가 좋은지 머리가 상쾌하고 맑습니다.
발목이 아파 데크 위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차를 회수해야 해서 오늘은 도화면소재지로 다시 걸어갑니다.
내려올 때는 발목이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
천등산은 자주 등산하니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 않고요. 남은 코스는 다시 한번 도전해야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풍남항 쪽입니다. 길 넓은 곳을 찾아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하며 차 한잔 끓여 마셨습니다.
그냥 경치만 바라보면 안 될까요?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어야 금상첨화일까요?
경치 좋은 곳에서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시게 되네요.
풍남항은 정말 숨은 명소입니다. 아쉬운 점은 차를 세울 곳도 경치를 감상할 쉼터도 없다는 겁니다. 바닷물이 가득 들어온 만조시 정말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