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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n 15. 2024

고흥에 머물다-고흥  집으로 가는 길

아슬아슬 버스시간

서울에 사는 딸의 친구가 부산집에 온다 하여 애들끼리 편하게 지내라고 예정보다 이틀 일찍 고흥으로 다. 아쉽게도 내가 부산에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옛 동학년 모임은 못하고 간다.

 토요일에 움직이니  버스표가 매진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예매를 했는데  현장에서 종이발권도 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차비는 32000원 다른 차 보다 8000원 정도 비싸다. 1열에 좌석이 3개인 것을 보아  우등고속인가 보다.


 부산 사상터미널을 5시에 출발하여 고흥터미널에 8시 30분에 도착한다.

사상터미널까지는  부산 우리 집에서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출발하면 된다. 그래서  4시에 출발해야 한다.  빨래를 널고 나간다고  4시 10분에 출발했다. 10분 늦었다. 주차장에 가니 딸이 차키를 안 가지고 와서 다시 집에 갔다  왔다. 4시 18분이다. 토요일 오후라 버스는 정체될 테니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수정역 승강장 도착

4시 26분,

평소와 다르게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는데  마침 지하철이 서 있었다.

웬 재수!

하며 뛰어갔다.

문을 닫지를 않고 출발하지도 않는다. 뒤따라 뛰어오는 분들도 있다.

"뛰어올 필요 없어요"

"구남역에서 사고가 있대요"

먼저 차고 계신 분들의 표정이 이상하다.

"언제 출발한대요?"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사고가 수습되면 출발하겠지요."

방송이 흘러나온다. 구남역에서 사고가 있어 열차운행이 잠시 중단되었단다.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사상터미널에 5시까지는 가야 하는데......  

5시 차가 고흥 가는 막차인데 발을 동동 구른다.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탄대도 시간은 더 걸릴 것이고 도로의 정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 출발할지 모르는 지하철 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고흥 가는 것을 포기할까? 생각이 들었다.

 예매한 금액 32000원이 아깝다.

이러다가 차비를 날리겠는데 어째야 하나?

티머니 go앱으로 들어가서 취소를 하려고 시도를 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환불이 될까? 한 번에 되지는 않고 취소하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이러는  사이~~~

 지하철 문이 닫힌다.~~~

움직인다.

계속 움직인다.


정상 운행?

4시 34분.

휴~~~~~

출발해서 다행이고 취소 안 해서 다행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구남역에서 폭발물 의심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도시철도 승강장 의자 뒷부분에

시계, 초침, 전선, 액체 등이 연결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설치되었다는 역무원의 신고가 있었다고 한다. 무정차 운행등 2시간가량 열차운행에 차질이 있었다는데 나도 그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러 갔던 것이다.


수정- 덕천-구명 -구남- 모라 -모덕 -덕포 -사상까지 16 정도  걸린다. 예매는 했지만 창구에서 종이발권을 해야 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예매한 버스티켓을  사상역 몇 역 전부터 찾아서 화면에 띄워놓았다. 한 역 지날 때마다 시간을 본다.

한역까지 2분 정도 소요 된다.

쉬었다 출발  후 또 2분......

사상역에서 버스 타기까지 10분의 여유는 있을 것 같다.  현장발권에 걸리는 시간이 문제다. 바로 받으면 5분의 여유는 있겠지만 매표창구 앞의 줄이 문제다.


 4시 48분

드디어 지하철 사상역 도착.

빠른 걸음으로 사상 터미널로 걸어갔다. 계단을 올라 앞지르기를 하며 달린다.



 53분


 예상대로 창구의  매표 줄은 길다. 창구 중 2곳만 줄이 있고  발권을 해준다. 옆창구에선 쉬고 있어도 안 해준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사람당 걸리는 시간이 길다. 8명 정도 앞에 서있다가 2명은 창구에서 일을 처리하고 갔고 기다림이 싫은  3명은 키오스크로 갔다.

나도 키오스크로 갈까? 저쪽은 바로 발권 가능한데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이 엄습한다.

 

어제 음식 주문을 할 때 시골서 왔다고 해서 태블릿을 누르는 것은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주문은 무사히 했다. 그런데 불안감 때문에 키오스크로 옮기지 못했다.


어! 시간이 57분,

창구 앞 줄은 앞으로 3명 남았다

키오스크가 더 시간이 걸릴까 봐

나는

앞에 대기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

키오스크로 현장발권은 해보았지만 예매한 좌석표를 발권해보지는 않았기에 망설였다.

처음부터 키오스크로 가는 것이 옳았다. 괜한 불안감 때문에 매표창구에 서 있다.


현재 발권을 하고 계시는 분이 있고

기다리는 분이 2분이다. 용기를 내어 기다리는 분 2분에게 양해를 구해보았다.

여성분 한분은 내키지는 않지만 사정이 있는가 보다 생각하며 양보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그 앞의 남성분은 나도 바빠요. 하면서 기분 나쁜 표정으로  양보해주지 않았다.  

창구 앞에 있던 분은 발권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양보 안 해 주신 분은 몇 시 차표를 끊는가 보니 5시 40분 차였다.  40분 뒤차인데 하고 생각하는데  창구직원 왈  "5시 40분 차 매진되었는데요."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재빨리 휴대폰을 창구 속으로 넣었다. 매진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다음이 나일 줄 알았는데  창구직원이 나에게 "앞사람 발권하는 것 안 보여요 "하며 큰소리로 꾸지람한다.  무안하다. 그리고 예매를 하고 휴대폰에 티켓이 있는데도 또 창구에서 발권을 해야 하는 것도 싫다. 짜증이 조금 올라온다.

그분은 6시 20분 표를 끊어 달라하신다. 그래 다음 시간대의 표를 발권해야 그분의 시간이 끝나는구나  그제야 깨닫는다. 그 남성분 발권 후 창구직원은 내  시간이 바쁜 것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발권해 준다. 내가 뛰어가는 사이 그분은 대합실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4시 59분.

1분 남았다.

어디서 힘이 났을까?

감사도 미안함도 표하지 못한 채 고흥 버스  승강장으로 냅다 달렸다.


뚜뚜뚜~~~~

5시, 5시다.

버스 기사님이 출발하려고 운전대를 잡고 진 기어를 넣고 있다. 버스는 다행히  출발하지 않았다. "21번 좌석입니다. "

아슬아슬

간발의 차로

고흥으로 가는 우등버스에 몸을 실었다.


휴우----

나는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 버스에 몸을 실었다. 편안한 우등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제야 몸도 마음도  안정이 된다. 우등버스라 의자가 참 편안하다. 앞뒤간격도 넓어 발 뻗기도 좋고 의자를 뒤로 넘겨 잠자기에 편안하게 조정해도 괜찮다. 그래도 앞뒤간격이 충분히 넓다.  에어컨도 적당한 온도로 틀어져 있고 공기정화기가 돌아가고 있다. 올 때  탄 버스와는 사뭇 다르다.

 주변을 둘러보니 빈좌석이 않다. 반도 차지 않았다.


좌석에 앉으니 미처 감사하다고 표현 못한  게 생각이 난다. 차례를 바꿔주신 여성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간발의 차로 차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잔소리는 했지만 신속하게 발권해 주신 직원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양보를 안 해주신 분(양보해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급한 사정을 모르셨겠지요. 1시간 20분 동안 지루한 시간 보내실. 분) 안전 운전해 주신 기사님, 그리고 고흥터미널로 마중온 남편에게 감사드린다.

내 시간이 늦지 않도록 지하철이 운행을 해줘서 고맙다. 행운이다.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 해주실 독자님에게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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