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동네의 앨리스였다#3화

하루 종일 길을 걸었다.

by Rainbow bridge



3부. 하루 종일 걸었다

삼백만 원.
그 숫자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휴대폰 미납요금, 비상금

대출, 연체 이자,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나를 옥죄는 무게였다.

일을 해야 했다. 49살, 마스크를

쓴 얼굴로 나섰다.
이력서를 꺼내 들고, 공장 문을

두드렸다.


“죄송하지만, 나이가 좀…”


그 말은 언제나 끝맺지

못한 채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내 나이는 늘 대답조차 듣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다음엔 편의점, 그다음엔 식당,
그 다음엔 농장 일자리까지

물었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다.

발바닥은 불이 난 듯 아팠고,
다리에는 흙먼지가 달라

붙었다.

햇살은 유난히 뜨거웠다.
가게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은

낯설었다. 마스크 아래의

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게

살아온 세월이 그 마스크 속에

다 들어 있는 듯했다.

점심도 거른 채 마을 끝자락까지

걸었다.

“연락드릴게요.”


그 말 뒤에는 늘 아무 소식도

없었다. 그날따라 하늘은 참 높았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래도 내일은 연락이 오겠지’라고 중얼거렸다.

해가 기울고, 들녘에는 노을이

내려앉았다.
길 위에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림자조차 지쳐 보였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따뜻했다.

오늘 하루, 나는 정말 열심히 걸었다.
결국 아무 일도 얻지 못했지만
그 하루를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이

있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는 이상한 동네의 앨리스였다.
넘어지고, 문전박대를 당해도
다시 일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앨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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