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동네의 앨리스였다. 9화

by Rainbow bridge


제9부 ― 이상한 동네의 앨리스


긴 여정을 걷다가,

나는 나이와 체력에 눌려 덥석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묶여 있는 복실이만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골 마을의 오후는 평화로웠다.

가끔 이장님 방송 전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에

복실이는 늑대 울음 같은 하울링 소리를 내며 반응했다.


지금 나는 끝없는 바다 위,

배 한 척만 떠 있는 느낌이었다.

홀로 항해하듯 내 삶도 고독이라는 짙은 안개에 휘감겨 있었다.


이상한 동네를 떠나고 싶어도,

고립되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다 보니

어느덧 40대 후반이 되어 있었다.

아까운 젊음을 방 안에서 나 자신을 비하하며,

보내버린 시간들이 떠올랐다.


나는 먼 섬에 갇힌 듯 외로웠다.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며,

조용한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웃음을 잃은 채

무기력한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무엇을 위해 청춘을 그렇게 흘려보냈는지,

늦은 후회만으로 과거 속에 머무르는 신세가 되어가는 나를 느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눈은 침침하고 머리는 멍했지만, 그래도 걸었다.


그때 착하게 생긴 김 씨 아줌마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화를 냈다.


“아니, 개를 왜 풀어놔! 우리 집에 와서… 아무튼 묶어놔!!”


나는 힘없는 말투로 말했다.


“이미 묶어져 있는데요…”


그럼에도 아줌마는 더 화를 냈다.

순간 욱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는 부모가 욕을 먹을까 봐 참았다.


마지막으로 아줌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무튼 이상한 놈이야.”


맞다. 나는 이상한 놈이었다.

이상한 동네에 사는 이상한 앨리스.


밑바닥 인생이 되어가는데,

방 안에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그냥 회피하고 무인도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일용직 청소일조차 2년째 끊겨, 삶은 더 힘들어졌다.

어디에도 날 채용해 주는 곳은 없었다.

집안 공기는 쓸쓸했고, 나는 웃음을 잃은 채

멍하니 벽에 기대어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만이

잠시나마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고독 속에서 나는 천천히 나 자신과 마주했다.

불안하지만, 견디며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이 있겠지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방안에 나를 가둔 채

마음의 감옥 속에 있었다.


나만의 길, 나만의 속도.

남들보다 느리게 걸어도,

그 안에서 희망은 선명하게 빛나는 듯했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

낡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복실이를 바라보았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지난날을 아쉬워한들 그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떠올렸다.

삼 개월마다 갑상선 약을 타러 갈 때면

밝은 색 옷을 입는 습관을.

핑크, 레드, 파랑, 하늘색…

그런데도 남들이 “왜 그런 색을 입어?”라며 오지랖을 부린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말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남이 뭘 하든, 나는 결국 혼자가 좋았다.

나는 그렇게 앨리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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