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작은 승리의 자유
11부
현관문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오늘은 그냥 병원에 가는 날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지 모르겠다.
거울 속 내 얼굴은 피곤했지만, 어쩐지 단단해 보이기도 했다.
패딩을 꺼내 입고, 청바지를 입었다.
가볍게 보이려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여전히 두렵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현관문으로 가는 길이 끝없이 멀게 느껴졌다.
패딩에 슬림한 청바지를 입고 안과에 가려고 밖에 나왔는데,
마당에는 형이 서 있었다.
오늘의 첫 번째 라운드였다.
풀어놓은 복실이가 따라오려다 잠시 멈추더니,
조용히 날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잘 다녀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꼬리의 흔들림이 마치 작은 응원처럼 느껴졌다.
걷다가 아저씨 두 명이 일하다 쉬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듯했고, 말투에도 묘한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순간 짜증과 불안이 뒤섞였지만,
“괜찮아..그냥 스쳐가는 시선일 뿐이야.”
스스로를 다독였다.
두 번째 라운드 통과.
의외로 별거 아니었다.
정류장으로 향하는 동안 마음은 다시 불안해졌다.
마을 입구의 마루는 오늘따라 조용했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마치 내 발걸음을 지켜보는 듯 느껴졌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버스 정류장.
기다림이 길게 느껴질 무렵,
마을 회관 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등 뒤로 스치는 시선에 마음이 잠시 움찔했지만,
그저 버스가 빨리 오기만을 바랐다.
이 동네를 떠나고 싶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겐 최우선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눈앞에 버스가 멈췄다.
마지막 라운드만 넘기면 자유였다.
걷는 발은 아팠지만,
그 아픔마저도 자유의 증거 같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잠시지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네 번째 라운드를 통과했고,
긴 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의 외출은 나에게
설명조차 어려운 싸움이었다.
느릿느릿 걸어가다
집에 가서 머물다 보니, 어느덧
2년이 흘러갔다.
고립된 시간은
어쩌면 내 청춘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49살이 되었다.
서서히 주변 사람들은 사라지고,
이름조차 희미하게만 남았다.
그들은 각자의 세계로 떠나갔고,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아직 세상 밖은
냉소적이고,
어두운 길을 헤매는 것만 같았다.
낮에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바람은 차갑게 내 목덜미를 스쳤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 서 있었다.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내 안의 흔적이자,
아직 꺼지지 않은 온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