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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9. 2023

서점이 사라졌다.

나의 방랑터

토요일 오전.

오늘은 서점에 간다.

지하철을 타본 지가 족히 3년은 넘었으려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사람들은 정말 나만 빼고는 애나 어른이나 청년이나 모두같이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다.

멀뚱멀뚱 눈을 광고판에 고정시키고는 시대가 정말 변했음을 인지한다.

나 또한 유튜브를 끼고 사는 한 종족이지만

모두가 똑같은 모습과 행동으로 사는 현대인들의 심각성을 보는 듯하여

씁쓸해진다.

후적 후적

정말 많은 사람들

저 들이 바삐 향하는 곳과 다시 돌아갈 종착지는 어딜까? 생각하며 

인파 속을 빠져나가 본다.

기억을 더듬어 싹 다 바뀌어버린 노선을 정리한다.

익숙한 듯한 다른 느낌.

앗! 서점이 사라졌다.

그 높고 넓은 서점 그 많던 책들.

믿을 수 없어 좌판을 벌여 놓은 상인에게 재차 확인까지.

얼마나 시간이 지나버린 걸까?

나의 영혼이 구천을 떠돌 때마다 찾아오던 곳인데........

갑자기 지하철에서 휴대폰들만 바라보던 사람들의 장면과

종이문서들이 사라지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학교에 아이들의 교과서도 사라지고 태블릿 하나 들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시대가 간편해진다고는 하나 옛 거가 되어버리는 종이

나는 종이와 연필과 붓을 좋아한다.

컴퓨터에 글을 쓰기 며칠 전까지도 종이와 펜을 끼고 살았으며

종이에 붓으로 글도 쓰고 그림 그리기도 한참 했던 때가 있었다.

그 많은 종이 책들이 그렇게나 빨리 사라지진 않겠지?

정말 그 많은 책들은 어느 경로로 사라졌을까.

어쩌면 사라진 서점이 아쉬운 걸까 

구천을 떠돌던 내 영혼의 장소가 아쉬운 걸까?

다시는 더듬을 수 없는 나의 방황의 아지트가 사라진 느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지하철을 다시 탔다.

혹시 반대편으로 갈까 봐 노선 확인을 체크하며

또 휴대폰만 바라보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공유가 나오는 좀비영화 열차 속의 좀비들이 떠오른다.

지하철이 멈추고 쏟아져 나오는 살람들과 떠밀리듯 우르르 들어가는 사람들.

잠시 멀미가 난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야 한다.

계단을 정신없이 올라 지상에 파란 하늘을 확인한다.

버스 몇 정거장 길을 걸어서 양재천까지 쉭쉭 걸었다.

나는 내 발로 걸을 때 가장 안정감이 든다.

어제의 내천이 흐르고 바람이 살랑거리는 봄

이 거리가 여기 바람 냄새가 저 나지막이 흐르는 물소리가 나는 좋고 편하다.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내가 먼저 그에게 전화해 식사하자고 했다.

사는 거 별거 없다. 아무 생각 말고 하루 잘 버텨보자.

그 높고 넓은 것도 그 많던 책들도 하루아침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잊히지 않는가.

또 나의 방황의 낭만터였던 그 서점도 잘 놀았었다 하며 담아두지 않고 

저 부는 봄바람에 날려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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