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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ㅋㅌ소리가 요란하다.
집순이인 내게 ㅋㅌ이 오는 데는 정해져 있다.
작년 말복에 보낸 커피와 케이크 선물 메시지가 사용되지 않았다며 온 것이다.
잉? 누가? 내게...
은근 기대되는 이 기분은 모야?
옆구리님이 보냈다.
순간 캐러멜마끼아또처럼 달콤해지고 허전했던 옆구리가 채워지는
이상 기운이 느껴진다.
애인처럼 반갑기까지 하다.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옆구리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답장을 보내야만 옆구리님의 진짜 실명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니 옆구리님 ㅋㅌ이 떴다.
오래전 손님이었던 짜장면집 여사장님이시다.
서로 나이를 묻지 않아도 그녀는 언니였고 나보다 많을걸 겪고 경험했겠구나를
의연한 그녀의 말속에서 알 수 있다.
간간히 나눈 대화 속에서 그녀의 살아온 삶과 상황들이 비쳤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어야 했나 알 수 있었다.
힘들게 달려온 만큼 많이 지쳐있었고 지친 만큼 외로워했고
지키기 위해서 많은 것들과 싸워야 했고 그 싸움만큼 그녀는 강해져 있었다.
군살 한 점 붙어있지 않은 그녀는 정말 바지런하다.
일도 취미도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 하루 24시간을 꽉 채워 사는 삶을 살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데도 그녀 웃음 끝은 외로움이 묻어났다.
그녀 또한 가족이 있다.
번듯한 아들, 딸, 남 같은 남편, 돈까지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항상 외로워 보였다.
가끔 내 외로움이 쌓일 때쯤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외롭고 슬프고 힘들다는 얘기를 또 웃으며 해야 된다는 사실을 난 알기에
그녀에게 가지 않았다.
나의 외로움을 채우는 방식은 미친 듯이 무엇에 몰두해야만 한다는 걸
난 너무 잘 안다.
외로움은 나누는 게 아니다.
나누고 헤어진 후는 더욱 외로워졌던 기억을 상기할 때쯤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반가움과 미안함도 같이...
우린 어제 통화한 사이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동안의 안부, 건강, 상황들을 짧게 나눈 후
만나자, 밥 먹자, 커피 마시자는 등의 형식적인 인사말은 하지 않는다.
자기감정을 가끔 쏟아낼 곳이 필요해 안부를 핑계삼은 형식적인 인사와는
다른 그녀와의 부담 없고 깔끔하기까지 한 통화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