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우정.
70대 두 남자의 난처한 의상과 붉고 샛노란 모자.
한 분은 키가 크고 한 분은 키가 작다.
예전에 남철과 남성남 아저씨들이 들어오시는 줄.
딱 봐도 그들은 족히 50년 지기 콤비다.
갈비 2인분 비냉 2개 소주 1병
한 분은 갈비 굽는데만 여념 하시고 한분은 소주 한 잔 따라놓고
젓가락만 들고 고기가 익기만은 여념 하시고 있다.
노릇노릇 윤기가 돌기 시작한 갈비는 드디어 카라멜라이징이 되며
익어간다.
그 순간 키 큰 노란 모자 빨간 등산복외투를 입은 남성은 홀짝 소주 한잔을
들이키자 자연스럽게 초록 모자 노란 등산복을 입은 남성이 고기를 접시에
말없이 올려놓으신다.
당신 접시에도 고기를 올려놓으시곤 소주 한잔을 따라놓으신다.
키가 크신 한 분만 술을 드신다.
비냉이 나오자 가위로 익숙한 듯 십자 모양으로 자르고 건넨다.
아마 한 분은 가위질을 안 하고 드시는 듯.
대화도 일절 없다.
소주 한잔 고기 한점 냉면 한 젓가락을 뜨시며 웃으신다.
흐~
전생에 부부였나?
찐 우정이다. 50년 지기 정도?
인간 둘이 50년 정도 살면 저 정도는 될듯하다.
욕심도 손해도 기대도 없는 거래.
바램도 없어 싸움도 없는 거래.
사랑보다는 우정이 오래가는 이유인가 보다.
마지막 술잔 마지막 고기한점까지 키 큰 아저씨께 올려주고
계산까지 하고 친구가 막잔을 내려놓으시는 것을 확인 후 티슈 한 장을 뽑아
건넨다.
입을 쓱 닦으신다.
이 모든 게 자연스럽다.
어느 부부처럼 일상스럽다는 거지.
일어서신다.
맛있게 드셨어요?
자~알 먹었습니다.
오늘 우리 동물원 갔다 왔어요.
앵?
뜬금없는 그 말에 살짝 당황했다.
두 분 이서요? 와우 대박~!
재미있으셨어요?
예전만큼 동물들이 많이 없어요.
네~ 그럴 거예요.
환경단체나 동물 협회에서도 제약이 많아져서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아요.
안녕히 가세요~
두 분을 보내고 빨간 외투 노란 모자 초록모자 노란 외투 두 분의 뒷모습에선
옛 국민학교 시절에 소풍 가는 날의 추억이 대롱대롱 매달려 따라가는 듯했다.
서로 말 한마디 안 하고 동물원 이쪽저쪽을 걷다가 오셨을 듯해서
혼자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