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총기 사용 설명서 1장.

(지난 주말에 한일)

by 진솔

"글쓰기 책"을 다 채워보겠다.

도대체 내가 누군지 알아야 스스로를 보듬어 줄 수 있음을 필연적으로

느낀 게 아닐까 하며 눈에 띈 이 녀석과 난 그렇게 연을 맺기로 한다.

동네 커피집에서 고상 떨고 있는 "척" 이 싫어 도곡동까지 걸어갔다.

양재천 내울은 여전히 잘 흘러가고 초록의 향연이 짙어지는 여름초입이다.

도곡동과는 큰 연이다.

서울살이 시작이 닿았던 곳.

반지하 단칸방 그래도 해가 들어온다며 위로 삼아 살던 곳이다.

변변치 않은 남편 월급으로 내어야 하는 월세와 월세보다 더 비싼 유치원비는

하루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절절한 삶의 목표였다.

기도하는 나의 심정이 닿았다.

시이모가 사는 개포동 그전에는 포이동에 단독 주택을 매입한 게 비워 있으니

자리 잡을 때까지 있어도 좋다라며 힘들게 돈 버신 분이라 그러신 지 비혹한

우리를 거두어주셨다.

혹 저 말이 바뀌면 어쩔까 하는 조바심에 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자전거로 작은

살림살이를 실어 양재천 다리를 종일 건넜다.

23년 전의 그날을 떠올리며 예전 살던 그 집 앞을 찬찬히 살펴본다.

주인아주머니와 마주치면 인사는 나눌 요량이지만 먼저 찾아 뵐 요량은 없었다.

놀이터 앞에 자리한 지하를 포함한 3층 건물주택. 속으로 땅값만 해도 얼마일까?

그 사이 주변이 많이 변했다. 주택을 개조해 멋진 커피집이 들어서 있고

조용한 주택가의 분위기답게 독립 서점과 작은 꽃집도 들어서 있다.

그 길을 지나 넓은 커피집을 난 선택 했다.

누구의 시선도 없는 그 넓고 조용한 그곳이 필요했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받아 이층 한편에 자리한다

이미 혼자 앉아 있는 젊은 사람들은 노트북을 펴 놓은지 한참이다.

살짝 문명에 다가서지 못한 나를 쪽팔려 생각했지만

그 들은 나를 모른다.

더욱이 그 들은 타인에게 1도 관심밖인 집중력을 보이고 있었다.

한 모금의 커피를 호록 마시고 이층 창까지 초록을 넘실대는 흔들리는

나뭇잎을 감상하다 글쓰기 책을 폈다.

지난 주말에 뭘 했냐고 다그친다.

그걸 쓰라는데...

미드에 나오는 호러물이 떠오를 뿐 머리와 연필은 전혀 작동할 생각이 없다.

마음속에서 온통 뭘 했냐는 질타만 있을 뿐이었다.

죄 없는 연필만 꾹꾹 찍어 누른다.

결국 그 소재는 뭘 한 거에 사소한 의미를 찾아 써보라는 의도였음을 지금은 쓸 수

있을 거 같지만

그때는 무엇을 했냐에만 집착하고 있었음을.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라는 것은 일만 했던가 , 일상의 의미를 가치 있게 보지 못했거나

특별한 걸 써야 되는 거라 글을 접했을 거다.

내게 주말은 남들 쉬는 틈에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삶의 시간이다.

가끔 힘듦을 내색하지 못할 때에는 그 일요일 쉬는 이들의 부러움을

바쁜 노동으로 잊으며 참았다.

오후 4시는 몰려오는 손님도 없는 시간이다.

햇볕이 가득 들던 창 너머 가게 테라스는 그 시간 내게 가끔 우울하고 눈물 나는

고독을 안겨 주었다.

뛰쳐나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함에 붙들어 메어지는 밥벌이란 걸 알기에.

그러다가도 들이닥치는 바쁨이 찾아오면 그 고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에 잊히고 말았다.

그 밝음 속의 고독감이란 정신없이 달려온 그 여자의 삶의 속도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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