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재 스물한 번째 이야기

아침기도

by 진솔

이곳에 시간은 밤새 곳곳에 불이 훤한

서울과는 다른 시간으로 흘러간다.

해가 지기 전 저녁을 서둘러 먹고 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8시 정도 되는 것 같다.

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저녁을 즐기고

싶어도

호롱불 밑에 몰려드는 온갖 날개 달린 벌레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불빛 하나를 보고 달려드는 날파리떼

모기 나방 벌떼까지

어둠을 사그러트리기 전엔

조용히 끝나지 않을 밤이다.

모여드는 불나방과 날벌레떼를 보며

벌써 아련해지는 서울의 밤거리가 떠오른다.

술집마다 식당마다 가득 데던 사람들과

끊이지 않던 길거리의 소음이

귓가에서 왕왕 거리는 말벌의 날개 소리처럼

들렸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벌써 조용함이 익숙하다.

이 익숙함이 조용히 물들어 갈 때면

다시 가로등불밑 불나방 벌떼처럼

소음 속으로 뛰어들어야겠지

이른 저녁을 마루에서 먹으며

산을 넘어가는 낮기운에 얘기를 건네어본다.

가장 덥고 가장 추운 날 이곳에 머물자고

남편은 벌레 없고 살기 편한 곳도 많은데

왜 또 여길 찾느냐며 잘 생각해보라고

ㅋㅋㅋ

남편 다운 소리다.

더하지도 빼지도 보태지도 못하는

남자 같으니라고~

이곳에 와서 남편은 걸레를 내려놓지 못했다.

내리 몇 날 며칠을 쏟아붓던 비에

땅밑에 사는 발 달린 것들은 죄다

마루로 기어오르니

온갖 꼬물거리는 것을 피해

발을 딛어야 한다.

닦고 또 닦고

기어오르는 벌레와의 하루가

그리 달갑지 많은 않은 나름 까도남이다.

내가 낭만을 쓰고 있는 동안

사이판 소식을 전해 듣는 통화를 한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산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투덜대다가도

이 조용함 만큼은 좋은 듯

나름 대금도 불고 운동도 하며

잘 참아낸다.

담엔 꼭 좋은 호텔에 묵겠다며

겨울방학 계획을 세운다.

8시에 잠이 드니 아침은 얼마나 일찍 시작할까?

나는 빛을 들이지 않는 새벽은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고

잠시 명상을 한다.

밤사이도 잠 못 이루고 글을 쓰는 이들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밤 잠을 설쳤을 이들을

위해 잠시 나만의 기도를 한다.

모두가 그들만이 원하는 길을 완성하라고

완성이라~

내놓고 나면 남기지 못한 말들이

전하지 못한 글들이

또 그 이를 얼마나 애닮 게 할 것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우린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를 만들어 내놓기까지

애가 닳고 기가 빠진 노고를 글을 통해

그간 알 수 있다.

최선을 다 하셨으니 잠시 애 닳던 마음

기 빠진 몸을 추스르라는 아침기도를

하며 아침 명상을 마치고 나니 빛이 새어든다.

오랜 시간 기도를 했나 보다.

잘 되실 겁니다.

염려도 내려놓으시지요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