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재 스물두 번째 이야기

닫히는 길 열리는 길

by 진솔

이른 아침을 여는 대가는 참으로 다채롭게

쓰임이 많다.

그중 하나가 여러 곳을 둘러보는 시간을

여유로이 가질 수 있음일 테다.

오늘은 광양 와인 동굴을 잠시 들러보기로 한다.

여전히 지역의 터널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비가 오다 안 오다

많이 내리다 적게 내리 다를 반복 할 뿐

해가 뜨지는 않을 모양이다.

오히려 이대로가 여행의 날씨로는

최적일 듯싶기도 하다며

비를 맞는 즐거움을 택했다.

1시간 거리에 광양에 닿았고

장미 언덕을 살짝 오르니

광양 와인 동굴이라는 한눈에 알아보기

좋게 와인을 멋지게 그려놓은 벽화며

바닥에 그려놓은 트릭 아트가 근사히

펼쳐져 시작되었다.

입구 쪽에 와인 동굴로 변천하게 된

광양 제철선의 변천사를 안내하는 문구가

있어 잠시 읽어 보았다.

1987년 개통된 광양 제철선은

광양역에서 출발하여 태금역을 연결하는

총 19km의 노선이었다.

광양 제철선 개량으로

2011년 폐선되어

2017년 광양와인동굴로 새롭게 탄생되었다는

간단한 문구 속에서

우리나라 기차의 역사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 수탈과 전쟁 물자를 나르는 수단으로

쓰이며 발전했었다는 게 생각이 이어졌다.

특히 호남선이 지나던 우리 옛 마을에도

일제강점기 곡식을 수탈하던 커다란 창고와

방앗간이 폐허로 남겨지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 있는 커피집으로

바뀌어 역사를 간직한 명소로 거듭났다.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들

있어도 쓸 수 없는 것들이 잠시 머릿속에

스쳤다.

그나마 지역 개발을 위해서라도

관광지의 면모를 갖추어낸 이곳은 살아남아

사람들의 발길을 잇는 명소가 되었지만

기차를 타고 유럽을 횡단할 수 있는

서울과 신의주 간의 철도가 이어지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이어져

유럽과 잇고 이어지는 세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전쟁 같은 욕심으로 끊어진

길들이 잠시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는

입구바닥에는 근사한 트릭 아트와 벽화들로

시작하여

설치 미술들이 전시되어 있다.

와인저장고가 양 옆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형식적인 듯하여 특별한 눈길은 끌지 못했다.

다만 연인들이 걸어 놓은 사랑의 말들 만이

속삭이고 있는 듯했다.

그곳을

지나니 와인 족욕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을 끝으로

터널의 구성은 좀 많은 아쉬움을 끝자락에 남기고

말았다.


입장료가 7,000~에서 와인 한잔을 곁들면 15,000원

예술가들의 벽화나 트릭 설치 미술을 감상한 당연한 값이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금액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었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었다.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차라리 예술인들의 벽화가 주가 되는

와인동굴이었다면 억지로 와인을 팔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예술에 빠져

스스로의 지갑을 열었을 텐데

무엇을 팔기 위한 구성으로 짜인 듯 한 구성이

좀 유쾌하지 않았다.

외국의 와인 동굴 사례를 조금만 참고 했어도

좋았을 텐데

여기는 자연 동굴이 아닌 터널을 개조한 것이니

볼거리를 잔뜩 넣은 예술가들과 콜라보를 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란 생각을 하며

나 또한 광양에서 유명하다는 매실 와인과

선물용 매실청을 구매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금방 거금을 쓰는 소비를 하긴 했지만

선물을 하나씩 구매할 때마다

즐거워할 아들 녀석을 생각하니

금방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유일하게 아들이 좋아하는 차가 매실차이기

때문이다.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면

옆동굴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어린이 차량이 많은 걸 보니

아이들을 위해 제법 준비가 잘되어 있는 듯 하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지로는

시원한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하는 장소가 될듯하다.

301m의 터널을 둘러보고 나오니

한기가 느껴지는 온도차다.

볼거리 먹거리 나눌거리가 다 채워졌다면

웃을 거리가 되었을 이 공간이 좀 아쉽기는 했으나

나눌거리를 들고 나오며 웃을 거리가 생겼으니

그거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