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조준

(모든 걸 다 준비하고 시작할 순 없다.)

by 진솔

우리 집에 오시는 용달 운전하시는 사장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어느 날 화가 잔뜩 나 혼자 삭히는 듯해 보인다.

꽤 오래 뵈온 손님인지라 무슨 일 있냐고 묻자마자 마치 누구 하나

붙잡고 속 얘기를 하고 싶으신 듯

딸 이야기를 꺼내놓으신다.

부인 없이 혼자 딸을 대학까지 뒷바라지해서 혼자 고생 많았다

스스로 위로하며 여기까지 했으니 한 시름 내려놓을 맘이었단다.

딸 졸업만 하면 쉬엄쉬엄 자기 먹을 거만 벌고 좋아하는 낚시도

하며 여생을 보내야겠다는 큰 바램없는 삶을 살으리라 했던

그 소박한 희망을 부순 그 말!

"아버지 대학원 갈래요"

누군가는 저 말이 그리 화가 날 문제일까 되묻겠지만

소 목줄 메어 살아본 가장과 밥의 무게는 고통일 때가 많다.

그 목줄 걷어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 누르고 참고 울지도 못했는데

다시 한번 목 줄 거는 자식말에 얼마나 가슴 철렁했음 저럴까?

안다. 그 마음.

대한민국에서 자식 키우는 부모의 무게는 어쩜 돈의 무게와 같다.

헬스장에 모인 대한민국 아빠들의 운동기구만큼의 쩐의 무게.

유학 보내달란 자식. 골프프로에 도전한다는 자식, 자영업을 하겠다는 자식,

나이는 많은데 어린 자식.

어느 인생이든 모든 걸 준비 다 하고 시작할 수 있어서 도착점을 간다면

인생이 이리 고되고 힘들까?

또 많은 걸 준비한다 한들 완벽한 인생을 산다는 보장이 있었던가?

생각만큼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완벽히 배우고 출발해 도착이라는 인생의 섬이 있다면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누구에게는 준비 시간조차도 주워지지 않았던 게 인생이었지 않은가.

내 뜻대로 내 원한 바와 달리 태어난 세상은 출발 선상도 기준점도 모두 다르다.

아무것도 준비 안된 채 먹고사는 일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내 부모도 나도

준비 안된 삶의 궁지로 몰려 쓴맛 단맛 들이키며 배운 것과 배우지 못한 것에

충분히 당해가며 완벽에 가까워지는 삶이 아닌 실패를 덜 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 속에 내던져 마치 퍼즐 게임을 하듯 이거 끼웠다 저거 끼웠다라도

해보았지만

지금 저 자식들은 실패 속는 뛰어들기 싫고 퍼즐도 스스로 맞춰 보지 않는 것 아닐까?

애쓰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너무" 애 "만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애"만 쓰게 하는 대한민국 밥벌이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얼마나 힘이 팽길까?

매번 번드 번득한 스펙으로 덮어야 할 이력서와 어떤 준비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자소서들이...

모든 것은 서투름에서의 시작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것처럼 총자루를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조용히 한 눈을 감고 총자루를 어깨와 볼에 딱 붙이고 하체에 균형을 잡고

내가 쏠 인생에 조준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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