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방아쇠를 당긴다.

(신념.)

by 진솔

당김은 출발을 시작하는 소리 없는 신호탄이다.

서툰 기합과 처음 당긴 방아쇠는 절대 목표물을 맞힐 수 없다.

당기는 순간 소리와 함께 진동으로 내 몸이 살짝 뒤로 밀린다.

밀리니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

우리 삶도 균형을 잃지 않을 때 안정적이다.

반복이고 연습이며. 뒤적임이다. 삶은.

사람들은 묻는다.

"사장님 고기 익었어요?

고기는 계속해서 매우 자주 뒤적뒤적 볶듯이 뒤적여 주라고

그리고 마침 윤기가 돌며 이쁜 캐러멜 라이징이 될 때가 익은 거라고

익었는지 반쯤 잘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믿고 먹으면 된다고

김치찌개도 강불 중불 약불을 거쳐야 걸쭉해진 고춧가루가 그 온도에

젖어 들어 배어 나오지 않는가?

잘 익은 삶도 고기도 김치찌개도 색이 배어 나와야 적기인 것이다.

맛있게 살고 싶다면 내 삶을 자주 뒤적거리며 확인하지 않아도 익은 고기색처럼

칼칼한 풍미가 배어 나오는 김치찌개처럼

내 삶의 신념이란 양념을 더 해야 한다.

50년째 연습 중인듯하다.

어제도 오늘도 오지 않은 내일도 우리는 저 정신없이 날아오르는

저 도자기의 목표물을 향해 끊임없이 내 기합으로 시작해서

날아오른 저것을 쏘야야 하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신념은 곧 자신의 철학이다.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저걸 맞추어 보겠다는 나를 믿고 당기는

신념이다.

철학과 신념은 누구로부터의 몸소 베어 심어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림태주라는 시인의 글 속에 담긴 어머니는

그의 신념이며 철학이었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서술한 그의 글 속에는

가난을 가난이라 말하지 않고 밥이라 칭하고

모든 우위에는 밥이 먼저고 권세이며

글을 쓰는 일이 밥벌이가 되는 일이 얼마나 고될지

모든 꽃에 의미를 부여 말해주던 꽃을 좋아한 만큼

꽃에 철학이 있던 그 어머니로부터 심어진 신념들.

가난이 얼마나 큰 속박이었는지에 대해 뒤늦게 깨달은

림태주 시인 결국 시인이며 작가가 되었다.

순간 나는 어떤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나에 잠시 망설였다.

열심히라는 게 과연 신념이 되고 철학이 될지에 대해서도 망설여진다.

삐걱삐걱 소리가 날 정도로 인생의 타이밍은 절묘함을 떠나서

급기야는 와그작 거리며 무너지기도 하지만 소리와 진동으로 내 몸이 다시

밀린다 해도 곧 추 세워 또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주워진 25개의 총알 중 5발이라도 맞추는 확률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우린 모두 밥벌이를 하기 위해 태어난 듯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지켜야 하고 해내야 하는 신념을 갖는다면 별 볼일 없는 게 아니라

"별"을 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전 11화10. 기합을 넣어야 목표물이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