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덩어리 )
총을 쏘고 있는 건너편 바닥에는 허 옅고 벌건 패잔병들의 잔해가 그득하다.
머시 중허다고 뭐를 위해서 저리 쏘아대었을까?
저 중에서도 명중으로 깨어부서진 패잔병도 있지만 총알이 근처에도 못 왔다며
비웃으며 누워 있는 녀석들도 잔뜩이다.
또 그 무엇 때문에 버려진 돈은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그 한방이 맞아 부수어 깨지는 짜릿함과 통쾌함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앞으로도 얼마의 시간과 돈을 써야 할까?
많은 취미 많은 운동.
겹겹이 세워놓은 길고 짧은 이젤이며 동양화에 쓰이는 둘둘 말은 화선지
종류별 도화지 켄트지. 각양각색 물감 종류별로 가득 채운 붓통.
타지 않는 자전거. 바람 빠진 짐볼, 우두커니 세워둔 포뮬러, 말아 붙여진 요가매트.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은 열심히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참 많이도 이것저것 축냈다.
시간도 돈도 그러나 아깝고 잘못된 일은 없다.
그때 잠시라도 나를 숨 쉬게 했던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경이로움이었고.
그때 그때마다 나의 주치의였다.
무엇이 쓰러지는 날 살려놓을 수 있었을까?
과연 남편? 자식? 부모?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란 욕망이었다.
그 열정이란 욕망은 인간의 내면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너무 잘 알기에 미치도록 빠져들게 한다.
갖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끔.
밥 벌어먹고사는 틈을 이용해 가끔 잊거나 무뎌지게도
하지만 그 욕망은 숨 쉴 틈만 생기면 기어 나오게 되어있다.
난 욕망 덩어리다.
무엇을 갈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대단한 사람이다.
그것을 갖고자 하고자 모든 것을 던질 줄 아는 열정이다.
욕망하지 않았기에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글 앞에서 나는 어떤 욕망을 찾아 나설지 뛰어다닐
내 열정에 응원한다.
열정으로 쓰일 나의 글을 기대한다.
명중할 확률에 가까이 다가설 용기를 낼 것이다.
보란 듯이 도망치고 약 올리며 비켜가는 내 인생과 조금 더 가까이
맞서 볼 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