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총 알을 다 쏘아야만 총을 내려놓을 수 있다.

(다시 장전)

by 진솔

무언가 새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데올로기를 듣고 있을 때면

공통적으로 바닥까지 가보았다고 한다.

마음도 인생도 돈도 주식도 공통된 단어가 "바닥"을 쳐야 반등한다.

무당이 되신 우리 큰 외승모는 이야기한다.

무당이 되지 않으려고 기를 써 보았단다.

처음엔 남편을 가져가고

그다음은 건강을 가져가고

또 그다음은 돈을 가져가고

마지막은 자식까지 가져가서 남은 자식들을 지키려고

칼자루를 잡고 작두 위를 뛸 수밖에 없던 그 얘기.

먹고. 살고. 지키고 3대 요소 같다.

저 간단하게 보이는 저 단어 사이의

생로병사, 희로애락. 우여곡절이 끼워져 펼쳐 내는 인생 대서사를

살지 않고는 받아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삶을 살아내게 하지 않는다.

내어준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천지신명님이 신 것 같다.

생을 내어준 만큼 걸어야 할게 무얼까?

내가 선택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나라, 부모, 성별, 을 던져주고

내게 무얼 하라는 걸까?

줄 거면 좀 더 좋은 나라, 부유한 부모, 탁월한 외모, 뛰어난 재능을 같이

주지 대충 만들어 옛다 하고 아무 데나 던져놓은 인생은 어쩔 거냐고

50년 내내 불만이다.

A/S도 안 되는 대체항력적인 이 일은 어쩌란 말인가?

묻고 묻고 꼬치꼬치 케어 묻고 싶다.

마음이 바닥을 쳤을 때 펜을 잡았다.

내가 잡은 게 아니라 마치 잡아야만 살 수 있을걸? 하며 칼자루와 작두를

들이미는 느낌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상실.

그렇게 날 아프게 하는 것들은 가장 가까운 이들이었다.

낮에는 바쁜 노동으로 잊으려 하고 푸른 새벽은 글을 썼다라기 보다는

분노와 절망과 슬픔과 상실을 늘어놓는 시간들이었다.

그 두터운 노트를 쉴 새 없이 채웠다.

잠을 이루지 못한 날, 누구와 나눌 것이 없던 날, 한 밤중에 양재천을 걷고 들어온

그 새벽녘까지도...

그렇게 내 마음은 바닥을 긁고 있었다.

몇 권의 노트를 채우고 나니 시가 써지고 노래가사에 대한 느낌도 써지고

그 새벽 양재천 옆 높은 빌딩들에서 비치는 조명들이 물가에 베어 젖음을

글로 쓰기도 했다.

상실이 아닌 모든 이들의 삶의 관찰자가 되기도 하며

사물에 의미를 불어넣어 주기도 하는 시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 노트는 내게 삶의 구렁텅이에서 "쉘터"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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