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시 쏠 용기가 필요하다.

(지우는 연습.)

by 진솔

사격 총쏘기는 선택이 아닌 우연한 시작이었다.

총은 무겁고 길었으며 신중히 다루어야 할 그 무엇이었다.

소리의 위력은 귀마개를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엄중한 소리까지

모든 게 삶과 같았다.

조심히 신중히...

25개의 총알을 다 쏘았으니 조용히 총을 내려놓고 옆 사수에게

반납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몇 개 깨부수지도 못한 그 발치에서 멍하니 바라본다.

쏘아 깨어 부서진 그곳을.

힘들고 지치고 무너져 흩어진 그때를.

사수는 내게 묻는다.

한번 더 쏠 것이냐고?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함은 미련 때문이다.

아니 그것은 먼저 선택을 해보지 못한 나의 모든 나약함이었다.

드러내지 못하고 산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미련을 놓치지 않고 그 사수는 물어줬다.

누구 하나도 나 보고 더 해보라 말한 사람이 없었기에

난 항상 상황과 나의 의지로 결단하며 살아왔었다.

그 물음은 의지부지한 나의 결단을 선택으로 바꿔주었다.

총을 쏘면 가슴과 어깨사이에 오는 총의 압으로 멍이 들거나

통증이 생긴단다.

그런 외부적인 통증에 내가 얼마나 익숙한지 알고 있기에

난 두렵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그날 난 100발을 쏘았다.

호흡과 총알이 제법 하모니를 이루어가며 그것들을 박살 내어 갈 때의

희열.

그 맛을 보려고 나는 문경까지 가고 가고 또 가고 있었다.

앞! 탕 앞! 탕

지면 위에서 날아오르는 목표물.

표적이 부스러지는 만큼 조금씩 사그라드는 그 무엇들.

어쩜 난 내 안의 미움들을 떨쳐 내고 있는 난사극이었는지 모른다.

다음번엔 150발을 쏠 것이다.

더 많은 미움들이 지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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